동남아국가들의 2차 외환위기가 심상찮게 전개되고 있다.인도네시아는 루피아화의 폭락, 생필품 사재기, 쿠데타설로 이어지는 공황 상황을 연출해 모라토리엄(대외지급유예) 선언이 임박했다는 설이 난무했다. 정도는 다르나 태국도 바트화 폭락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들 국가가 최악의 사태로 치닫을 경우 우리나라도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200억달러 이상의 국내금융기관 채권이 회수불능되고 현지 투자금, 건설대금 등 수십억달러가 잠겨 버린다. 지난해 우리에게 최대의 흑자를 안긴 동남아 수출시장이 꽁꽁 얼어붙게 된다. 이번 위기는 미국과 IMF가 수습에 나서 일단 진정될 기미이나 언제 터질지 모를 「휴화산」이나 다름없다.
이들 국가의 2차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또한 심상찮다. 약간의 충격만 가해지면 우리도 딛고 있는 살얼음판이 일거에 꺼져 제2의 외환위기에 휩싸일 소지가 있음을 말해 준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이미 각각 430억달러, 172억달러의 IMF 구제금융을 받았다. 한국은 오는 13일 4차지원분이 입금되면 고작 190억달러의 외부자금을 집행받는 셈이다. 한국의 공식 외채 1,500억달러를 끄기엔 아직 태부족인 액수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한국의 단기채무 상환연장이 채무 불이행과 다를 바 없다며 9일에도 외화채권등의 신용등급을 또 낮췄다.
동남아 2차위기에 즈음해 스티글리츠 세계은행(IBRD) 수석부총재등 미국의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IMF 처방이 너무 가혹하다고 비판했다.
국내 일각에서도 IMF 처방대로 고금리를 유지하다간 우리가 자생력을 갖출 겨를도 없이 성장잠재력이 와해될지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현실을 감안한 재협상론도 조심스레 들먹인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IMF와의 관계를 보다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빚을 얻어내 파산을 면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빚 주는 쪽인 IMF에 대해 조건이 가혹하다는 불평을 펼 권리가 없고 그럴 처지도 못된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예산 증액을 발표하자 루피아화가 폭락하고 IMF의 긴축정책에 비판적이던 태국정부가 재협상론을 제기하면서 바트화 폭락태풍이 몰아친 사실은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얼마나 매몰찬지를 똑똑히 보여준다.
인도네시아, 태국의 사태 전개를 예의 주시하며 우리는 더 냉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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