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번식력 소재로 저속촬영 통해 보여준 수분장면 등 절로 탄성/기획·제작에 만 2년 소요식물도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근친결혼을 금하며 이웃간의 결혼을 성사시켜줄 중매장이를 끊임없이 기다린다. 7, 8일 밤 11시 방영된 MBC 다큐멘터리 「잡초」(연출 이주갑, 촬영 손인식)는 우리나라 잡초의 성과 사랑, 끈질긴 생명력에 천착한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었다.
다큐는 우선 잡초의 놀라운 번식력을 화두로 삼았다. 카메라를 들이댄 것은 이른 봄 가장 먼저 노란꽃을 피운 민들레. 수술꽃가루가 암술에 붙어 수분이 이뤄지는 장면, 결혼이 성사되자마자 꽃을 닫고 조금 뒤 하얀 갓털이 달린 복스러운 열매뭉치를 활짝 벌리는 장면 등이 저속촬영으로 소개됐다.
저속촬영은 2, 3일 동안의 움직임을 단 10여초로 압축하는 촬영기술로 화면에는 매우 빠른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제작팀은 이를 위해 스튜디오에 조명과 파장을 자연상태에 맞춘 식물전용 인큐베이터를 설치하는 노력까지 치렀다고 한다. 다큐는 이어 여의도둔치 시멘트 틈새의 조그만 흙덩이에 자리잡은 민들레홀씨가 이듬해 다시 노란꽃을 피우는 순간까지 잡아냄으로써 잡초의 강한 생명력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2년이라는 충분한 기획 및 제작기간도 이 프로의 성공을 뒷받침해주었다.
여러 잡초의 독특한 생존전략을 다룬 부분에서 이 다큐는 더욱 빛이 났다. 결혼중매장이로 벌 대신 파리를 선택한 등칡(그래서 이 잡초는 꽃에서 생선 비린내를 풍긴다), 전담중매장이로 호랑나비를 고용한 산초나무, 근친결혼을 피하기 위해 수술이 지고 난 뒤에야 암술이 피는 도라지 등. 이와 함께 번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근친결혼(수술대 위에 나 있던 암술머리가 동그랗게 밑으로 말리면서 수술대에 머리를 비벼댔다)을 강행하는 물달개비나 민들레의 모습까지 화면에 담았다. 잡초의 정의가 애매했다는 점, 해설이 다소 경박스러웠다는 점, 사마귀가 호랑나비를 잡아먹는 장면 등은 옥에 티로 지적됐다. 이주갑PD는 지금까지 「거미의 신비」 「흑룡강」 등을 연출했으며 손인식 카메라감독은 「갯벌은 살아 있다」 「흑룡강」 등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제작 콤비이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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