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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기밀의 한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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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기밀의 한계(사설)

입력
1998.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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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가 9일에 이어 10일에도 안기부에 대한 업무인수작업을 중단했다는 보도는 유감스런 일이다. 그러나 인수위가 서둘러 안기부의 입장을 이해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려 정면 대결을 피한 것은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시중의 관심은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물러나는」 사람들이 「기세 좋게」 업무인계를 꺼렸을까에 모아지고 있다.보도에 따르면 9일 인수위가 안기부회의실에서 업무보고 청취도중 핵심사항이 빠져 있다고 성실한 보고를 요청했고, 안기부는 이를 국가기밀 사항이라고 난색을 표시함으로써 발단이 됐다. 외견상으로는 양측 모두 일리있는 요구와 항변이다. 하지만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양측은 서로 상대를 불신하는 구석이 없지 않다.

아무리 인수위에 부처현황 파악권한이 있다고 해도 국가기밀까지 공개리에 보고할 수는 없다는 것이 안기부입장이다. 또 안기부가 문제삼은 것은 인수위원의 구성이다. 이날 안기부를 찾은 인수위원 4명중 1명이 의원 신분이 아니어서 안기부의 신경이 날카로워진 게 아닌가 싶다. 어떻게 민간인신분의 인사에게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국가기밀을 보고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안기부의 기구편제나 예산항목의 공개요구이다. 업무의 특성상 인원과 돈이 가 있는 쪽이 밝혀지면 결과적으로 조직전모를 노출시키는 게 된다는 안기부의 입장에 이해가 간다. 이 문제는 신임부장이 취임, 조직을 장악하게 되면 자연히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미국의 경우 중앙정보부(CIA)같은 고도의 「예민한」기관이 정권인수팀에 미주알 고주알 공개보고한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이 점 사려깊은 대처가 있어야 할 줄 안다.

안기부 역시 업무의 보안성에 의지해 본연의 업무외의 사항까지 묻어두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동안 안기부는 「탈정치화」선언 후에도 정치간여 오해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우리는 안기부 뿐아니라 모든 정부기관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가릴 것은 가리고 밝힐 것은 밝힘으로써 법이 정한 국가기밀의 한계를 지킬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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