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결혼 피로연도 구조조정을(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결혼 피로연도 구조조정을(사설)

입력
1998.01.11 00:00
0 0

결혼식의 음식낭비가 심각하다. 지금은 먹고 마시고 흥청거릴 때가 아닌데도 그러하다. 음식이 넘쳐나야만 손님을 잘 접대하는 잔치로 평가받는 시대는 지났다. 보건복지부가 하오 2∼4시에 열리는 결혼식 피로연의 음식접대를 2월부터 금지키로 한 방침은 그런 점에서 혼례문화의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소비자보호원의 여러 조사를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연간 혼례비용은 25조원에 이르며 이중 피로연비용만 2조원을 넘는다. 당일 예식비용의 55%를 차지하는 피로연은 과소비·낭비의 대표적 사례이다. 특히 점심때가 지난 시간에 열리는 피로연은 먹지도 않고 버려지는 엄청난 음식쓰레기를 양산하게 된다. 복지부의 표본조사결과 예식의 35%가 이 시간에 열리고 있다. 다른 시간엔 예식장 잡기가 어렵고 예식후 신혼여행을 가기에도 알맞아 하오결혼식을 선호하는 신혼부부들이 많다. 여기에 일생에 한 번뿐이라는 생각과 과시욕, 예식업소들의 끼워팔기가 겹쳐 낭비현상이 심해진다.

하지만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은 초청자 10명중 4명 정도이며 식사시간이 지난 때에 열리는 예식에서는 피로연에 참석지 않고 축의금만 내고 가는 하객들이 더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피로연은 부조에 대한 답례성격을 갖지만 하객들을 그냥 보내기가 정 섭섭하면 조촐한 답례품을 주든지 사후에 정성을 담은 인사장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겠다. 새로운 가정을 꾸릴 결혼당사자들은 혼례에서부터 아끼고 모으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문제는 끼워팔기다. 예식장을 빌리려면 그 곳에 딸린 식당을 이용해야 하고 일정수준 이상의 음식값을 내야 한다.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아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하오 2∼4시의 피로연을 금지하면 다른 시간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끼워팔기가 더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 복지부와 시·도당국은 실비로 이용할 수 있는 예식장소를 많이 제공하고 예식업소의 부당한 행위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벌금 200만원이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정말 혼례도 거품을 빼고 구조조정할 때가 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