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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장님은 출타중”/공무원들 「신복지부동」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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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장님은 출타중”/공무원들 「신복지부동」 행태

입력
1998.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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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기웃… 민감사안 “내가 왜?”/입만 열면 조직개편 얘기/지시만 있고 확인은 실종/지자체선 선심 행정 난무요즘 정부과천청사의 정문은 상오 9시가 임박해서야 붐비기 시작한다. 최소한 8시30분께면 대부분 직원들의 출근이 완료됐던 종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공직사회 전반이 앓고 있는 심각한 무기력증은 공무원들의 출근시간에서만 감지되는 것이 아니다. 지시는 있되 확인은 없고 각 부처마다 살아남기 위한 극도의 이기주의에 급급해 있으며 이해관계가 얽힌 예민한 사안은 누구도 손대려 들지 않는다. 각 부처 국과장급 대부분은 온통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에만 매달려 원래의 업무는 거의 마비상태에 빠져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기한부수출환어음 담보대출, 후순위 채권매입, 수출보험 긴급대책 등의 수출관련 대책들은 한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 재경원 관계자는 『위에서 지시는 계속 내려 보내고 있으나 정작 후속확인이나 독려작업이 따르지 않아 현장에서는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각부처 공무원들의 관심은 온통 조직개편에 쏠려 있다. 과천 모부처의 L국장은 요즘 아예 사무실을 비워놓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 살아남기 위해 새 정권 관계자들을 찾아다닌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공무원들이 조직개편에 맞춰 살아남거나 몸불리기를 위해 「로비」를 하느라 업무를 제쳐놓는 현상은 거의 전 부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작업이 시작된 이후 각부처 차관과 국장급인사들이 위원들을 찾아다니며 로비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부처의 업무가 제대로 진행될리 없다』고 말했다.

○…정부조직 개편시안 등에서 폐지, 또는 통합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보처, 총무처, 법제처 등의 경우는 아예 올해 업무계획 자체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공보처관계자는 『98년업무가 개편이후 재조정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선뜻 사업을 착수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월드컵 홍보업무 등 화급한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는 사실상 올스톱상태』라고 씁쓸해 했다.

○…외무부에서는 무엇보다 환율위기로 인한 업무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환율급등으로 재외공관이 주재국에서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 공관임대료만 해도 4백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외무부 관계자는 『외환위기로 인해 직원들의 통상적인 출장, 주재국에서의 외교활동 등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6일 주정차위반 단속권이 시장으로 이관됨에 따라 12월중 「기동단속반」을 편성, 주정차단속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지침을 각 자치구에 내려보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말 발족예정이었던 기동단속반은 아직도 구성조차 되지 않은 상태이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변두리 주택가에 무질서하게 세워졌던 굴삭기 불도저 지게차 등 건설중장비에 대해서도 단속이 가능해졌으나 실제 단속건수는 거의 없다』고 털어 놓았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지역의 개발부서에서는 새해 국고지원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의 일손을 놓은채 중앙정부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경찰간부들의 경우 승진인사가 3월로 연기될 전망인데다 신정부들어 영남권이 찬밥신세가 될 것이라는 우려 등으로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부산의 경우 신정연휴이래 기업은행 개금동지점 억대 금고털이사건 등을 비롯한 대형강력사건들이 빈발하고 있으나 거의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밖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중앙부처 공무원사회의 해이해진 기강을 틈타 오는 5월의 지자체선거를 의식한 선심행정들이 난무하고 있다. 경남도는 거제 장목관광단지 조성사업이 답보상태에 있는데도 사업비가 1조5천억원이 넘는 거제­가덕도 연결도로(일명 거가대교)기본계획을 새로 고시하는가하면, 울산시는 상수원보호구역인 대곡댐 건설예정지에 1백30만평의 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혀 현실성없는 선거용 정책을 남발한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들어 직원들의 근무기강이 심각한 수준으로 해이해짐에 따라 근무시간 준수여부와 근무상태 등에 대한 암행 감찰 등을 벌이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정권말기에다 단체장 선거, 공무원 감축설 등으로 공직사회가 술렁이면서 간단한 기본업무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출·퇴근·점심시간 등도 정확히 지켜지지 않고 근무중에도 버젓이 컴퓨터오락을 즐기는 등 분위기가 전같지 않다』고 개탄했다.<전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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