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기업엔 숨통 고금리·긴축 여전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기준에 따른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 비율 적용시점을 지난해 12월로 소급적용키로 한 것은 거듭된 정부와 업계의 요청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은행권의 「자금조이기」를 완화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다. 「3월말」이라는 시한이 존재하는 한 아무리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사용해도 은행의 결사적인 여신회수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아래 아예 시한을 없애고 12월까지의 성적만 공표하기로 한 것이다.
당초 정부는 IMF기준에 의한 BIS비율산정 시점을 12월로 하자는 IMF를 설득, 이를 올 3월로 미뤘다. 지금까지 은행감독원 기준에 따라 순차적으로 충당금적립비율을 높여오던 은행들이 한꺼번에 충당금을 100% 쌓게 되면 BIS비율이 크게 하락, 무더기로 「부실」딱지를 달 수 밖에 없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3월 시한」이 정해지자 은행들은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일제히 대출을 회수하고 수출신용장매입이나 수입신용장개설업무를 기피하는 등 부작용이 날로 심화해왔다. 이로 인해 수출입이 마비되고 연쇄부도가 심화, 경제전체가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이같은 결정을 내놓은 것이다. 오히려 경제전반의 불안으로 인한 국가신인도악화가 은행의 영업에 더 큰 악재가 된다는 것이다.
일단 이번 조치로 올 3월 「최악의 금융대란」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는 가라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찬병 상업은행 전무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만큼 지금처럼 보수적인 자금운용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량 수출기업들의 자금조달은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본적인 자금시장구조가 개선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IMF가 유지하고 있는 고금리와 통화긴축기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이상 기업들의 전반적인 자금사정은 지속적으로 압박받을 수 밖에 없다. 또 이번뿐 아니라 앞으로도 매 반기별로 공표될 예정인 BIS비율은 은행의 신인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어차피 2년이내에는 8%기준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은행권의 「BIS 족쇄」도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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