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회복 후속조치 요구/DJ,웨일 회장 면담 시작/금주 안방금융외교 전력『한국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
「월가」로 상징되는 미국의 대형 민간투자기관들이 최근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에 이같은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주간사인 살로만 스미스바니사가 김당선자에게 보내온 제안서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데릭 모언 회장, 제프리 셰퍼 부회장과 모회사인 트래블러스그룹의 샌포드 웨일 회장이 10일 저녁 일산자택에서 김당선자를 면담하기에 앞서 이 제안서를 김당선자측에게 보내왔다. 트래블러스그룹은 증권 투자신탁 생명보험 등을 다루는 세계 굴지의 종합금융회사로 자산액이 3,000억달러에 달한다. 샌포드 웨일 회장은 월가의 황제로 불리며 지난주 내한했던 투자가 조지 소로스보다 거물이다.
제안서는 우선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만기가 도래한 120억달러규모의 단기외채중 30∼40%의 상환연장조치가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자체조사한 결과 그 규모는 20%정도에 그쳤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경원이 최근 올 1·4분기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를 216억달러 정도라고 발표했지만 이 역시 자체조사결과 40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적했다는 후문이다. 제안서는 『한국측이 이런 의구심을 해소하고 만족할 만한 수준의 후속조치를 취한다면 보통 수준인 6∼7%대보다 높은 10%대의 금리로 90억달러 규모의 한국 국채를 매입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당선자의 한 측근도 『월가의 다른 민간투자자들도 「지난 4년간 한국에 투자한 원금의 70%를 손해본 상황에서 다시 한국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혁조치들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을 여러 경로를 통해 당선자측에 전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당선자의 한 경제참모는 『이들이 민간투자자들이기 때문에 「장사꾼」의 시각에서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 무리한 주장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그러나 외환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기구나 선진국 정부 못지않게 민간투자자들의 신뢰를 시급히 회복해야 하는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김당선자는 웨일회장 일행과의 만찬회동을 시작으로 이번 주중 집중적으로 일산의 「안방」에서 국제 금융가의 거물들을 상대로 외교활동을 펼친다. 12일에는 미국 수출입은행의 제임스 하몬 총재, 16일에는 국제적 「큰 손」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측의 대한 투자조사 전문가팀이 각각 김당선자와 만난다. 김당선자는 이들을 만나 우리측의 사태 해결노력을 설명하면서 『새정부를 믿고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해 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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