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 기자가 쓴 「곡물상(Merchant of grain)」이란 책에 「헨리 키신저가 가장 유능한 세일즈맨이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곡물메이저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의 상품을 외국에 가장 잘 팔아주는 키신저 국무장관이야말로 가장 믿음직한 우군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방대한 농토가 쏟아내는 곡물을 외국에 잘 파는 일이 대외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국무장관의 사활걸린 업무가 된지 오래다. ◆지금 새정부출범을 앞두고 통상업무의 관장부서를 어느 쪽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심지어는 대통령직 인수위 내부에서 조차 견해가 엇갈린다. 가칭 「통상교섭처」를 설치, 일관성 있는 통상교섭을 하자는 게 통산부안이다. ◆이에 대해 외무부측 입장은 다르다. 오늘날의 외교업무가 주로 경제·통상인 점을 들어 외교통상부로의 확대개편을 주장한다. 무역대표부니 하는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은 간소한 정부원칙에도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현행 정부조직법 제30조는 외국과의 통상교섭이 외무부장관 업무로 규정돼 있다. 이와 달리 37조엔 통상업무가 통산부소관으로 돼 있다. 통산부직제를 규정한 대통령령에도 통상교섭업무가 통산부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혼란스럽다. ◆결론은 행정개혁위등에서 낼 터이지만 외국의 예도 타산지석이 될 것 같다. 캐나다 호주 벨기에 뉴질랜드 등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외교통상부가 대외 경제 통상교섭을 주관하고 있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우리 입장에서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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