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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과 민주발전(김성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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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과 민주발전(김성우 에세이)

입력
1998.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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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 하느냐, 이만큼이라도 살게 됐으면 우리의 지난 50년은 옳았다. 이제 새로 시작해야 할 뿐이다.올해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50주년인 것은 뜻깊다. 하필이면 이 50주년에 6·25이래 최대의 국가적 난국을 맞고 있다. 그래서 국제통화기금(IMF) 파동은 건국 반세기의 역사를 뒤돌아보게 한다. 우리 역사에 어떤 오류가 있었던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직후의 제일성이 경제와 민주주의의 공존선언이었다. 그는 『이번 대선의 승리는 경제 일변도 정책, 민주주의를 소홀히 하던 정책이 경제와 민주주의를 똑같이 중시하는 정책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연초의 시무식에서도 김당선자는 『현 경제위기는 민주주의를 제쳐놓고 경제발전만을 좇아 독재와 권위주의정치, 정경유착, 관치금융, 관료주의, 부의 집중 등을 낳아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겪는 좌절이다』라고 되풀이 말했다.

물론 민주주의의 희생없는 경제발전, 민주주의에 의한 경제성장을 강조한 것이겠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지난 50년의 역사가 부당했다는 말로도 들린다.

정말 그것이 전적으로 부당하기만 한 것이었을까.

개발독재를 두고 생각해보자.

IMF 사태로까지 나라의 경제가 빈사지경이 된 것은 개발독재의 악습과 유폐가 침전된 결과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폐허에서 일어설 때 민주주의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려고 했다면 국민들이 다 살아남았을까. 오늘의 이만한 경제성장 없이 오늘의 이만한 민주화가 있었을까. 민주발전과 경제발전을 처음부터 병행시켰더라면 지금과 같은 좌절은 없었을는지 모르지만 아예 좌절할 만한 성취도 없었을 것이다. 경제건설은 인정하면서도 독재는 부인하는 모순 속에 국민의식의 혼란이 있고 이 혼란이 지금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재벌문제만 해도 그렇다.

오늘의 IMF사태는 그 큰 책임이 재벌들에게 돌려지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의 국민감정은 재벌이라면 지탄과 매도의 대상이었다. 물론 재벌의 행태에는 행패도 있었다. 그러나 재벌은 국민의 적이 아니다. 우리 경제의 견인차로서 재벌들이 흘린 피땀의 성분은 반드시 국민을 착취한 피땀의 성분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의 노력과 공도 인정해야 한다.

개발독재란 것도 재벌왕국이란 것도 지금까지 성토만 하면 그것이 정의인 것처럼 인식되어 왔다. 지금 모든 분야에서 거품을 걷어내자고들 한다. 생각의 거품도 걷어야 하고 말의 거품도 걷어야 한다. 허사들을 버리고 실체를 실상대로 평가해야 한다.

개발연대의 부정부패, 정경유착 등의 악폐가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부정부패는 월급이 생활급이 안되던 시절 빈부간에 부의 자연스러운 분배방법이었다. 일종의 시장경제 원리였다고 할 수 있다. 정경유착은 정치와 경제의 공생원리였다. 그것이 아니었으면 정치도 경제도 연명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악폐들이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당시로서는 과도기적 과정이었다는 것을 부인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문제는 월급이 생활급이 된 시대에도, 정치와 경제가 충분히 따로따로 자생할 수 있는 시대에도, 구습이 유습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는데 있다. 이것이 IMF시대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난 50년동안의 생산양식과 생활방법과 사고방식으로는 나라를 지탱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 50년은 옳았으나 앞으로의 50년은 그것이 옳지 않은 것이다. 지금 옳지 않다고 해서 지난 50년이 옳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역사의 수긍에서 새로운 역사의 진운이 생긴다.

민주화 투쟁 세력이 집권한 첫 문민정부가 독재로 일으킨 경제를 하루아침에 망가뜨린 것은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관계를 생각하는데 있어서 퍽 시사적이다. 문민정부는 독재를 파괴한다는 것이 그 독재의 성과인 경제마저 파괴했다. 정작 문민정부가 해야할 일은 경제를 포함한 모든 부문에서의 독재적 생산양식을 민주적 생산양식으로 개혁하는 일이었다. 그 대전환의 절호의 시점이 문민정부 시대였다. 변환의 스위치를 빨리 눌렀어야 했다. 김영삼 정부는 그것에 실패했고 그러는 사이 아까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 결과가 오늘의 국가적 파국이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그의 당선 제일성에서 천명했듯이 민주주의로 경제를 회생시켜야 하는 책무를 안고 취임하게 되었다. 이제는 민주발전의 희생없는 경제발전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양식으로 밖에는 달리 경제를 재생시킬 방법이 없다. 건국이래 50년만에 성취한 정권교체다. 이것은 건국후 50년만에 재건국을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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