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똥돼지·너와집·다시래기… 현장서 건진 우리문화/마라도에서 북국 시베리아까지/우리 기층문화에 대한 현장답사/“기행문으로 쉽게 전하고 싶었다”『나의 배움법은 늘 그런 식이었다. 거창한 문화유산 못지 않게 「남도 꼬막에서 남도문화를 배운다」는 기행법. 어찌 꼬막의 맛도 모르면서 남도의 질펀한 개펄이 만들어낸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어찌 쪽빛의 무한한 아름다움, 비빔밥과 개고기와 똥돼지, 코콜과 화티와 너와집, 씻김굿과 다시래기, 뗏목과 테우, 마고와 선문대할망을 모르고서 민중의 삶을 알겠는가』
역사민속학자 주강현(43) 박사는 「풀어낸 비밀 속의 우리문화」(해냄 발행, 1, 2권 각 1만2,000원)에서 번듯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들여다 볼수록 탄성이 나오는 우리 기층문화에 대한 현장답사를 시도한다. 그의 여정은 남쪽 끝 마라도에서 북국 시베리아에까지 걸친다. 새해 벽두부터 전남 영광 법성포에서 개펄과 조기잡이 취재를 마치고 온 그를 만났다.
우리 것은 다 좋은 것입니까.
『우리 것도 나쁜 것이 많습니다. 봉건적이고 진부한 것까지 좋게 평가할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식의 복고취미는 안됩니다. 항아리에 담던 식혜가 깡통에 들어가 되살아나듯 오늘날 우리 삶에서 살려낼 수 있는 유산을 가려내야지요』
시베리아엔 왜 갔습니까.
『우리 무속의 원형을 찾기 위해서였지요』
현장에 가서 보기만 한다고 우리 문화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을까요.
『물론 아니지요. 어디 가면 뭐가 있다는 식의 단순한 답사는 곤란합니다. 그래서 제 방법론은 문헌과 역사연구를 병행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듯이, 공룡을 만나면 공룡을 죽일지어다. 그래야만 우리 문화의 진정한 화두를 깨달을 수 있으리라」는 식으로 특이한 문체를 구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 문화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를 기행문 양식을 빌려 좀더 쉽게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레비스트로스도 인류학연구를 「슬픈 열대」라는 기행문으로 엮어내지 않았습니까. 학술서라고 해서 꼭 논문식으로 골치아프게 쓰는 방식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고 봅니다』
바다 얘기가 유독 많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곳에 자연과 함께 하는 선조들의 세계관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갯벌은 자연생태계의 보고이자 질펀한 삶의 세계입니다. 우리는 갯벌이 우리의 삶에서 갖는 의미를 너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주 박사는 그동안 연구결과를 토대로 곧 「조기에 관한 명상」을 쓸 예정이다. 『조기 한 토막을 통해 우리 해양·어업의 문화사를 엮어보고자 합니다. 연평도 등 현장답사와 조기에 대한 자연과학적 분석, 조선왕조실록 등 옛 문헌연구, 어촌계 조직, 배와 그물의 종류에 대한 분석이 씨줄과 날줄이 돼 한 데 어우러져 잃어버린 조기떼의 울음소리를 다시 듣게 될 것입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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