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위안부 문제,정부 나서라/이미경 국회의원(특별기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위안부 문제,정부 나서라/이미경 국회의원(특별기고)

입력
1998.01.10 00:00
0 0

◎“일 정부 책임 외면한채 ‘돈’ 내세워 진실왜곡 우리정부 소극자세 벗고 ‘피해복구’ 단호대응을”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을 위해 위로금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은 며칠전 일부 국내 일간지에 위로금 수령을 접수한다는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을 외면한 민간위로금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인권단체, 우리정부와 국회, 언론 등 온 국민이 반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돈으로 자신들의 계획을 선전하는 행태에 대해 「역시 일본식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피해자들과 인권단체들은 위로금을 반대하고 일본정부의 사죄, 국가배상,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역사교육 등을 요구해왔다. 문제가 제기된지 7년이 지났지만 일본정부는 이러한 요구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일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진상규명도 93년 2차 보고서를 끝으로 아무런 진전이 없다. 진상규명의 핵심인 위안부 강제연행, 위안소 운영, 집행명령의 책임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진상규명조차 이행하지 않으면서, 사과한다는 일본총리의 서한은 무엇을 사과한다는 것인지 모호할 뿐이다. 일본정부는 진상에 따른 법적 배상책임을 지고, 책임자를 처벌한다는 조치까지로 나갈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다.

국민기금은 이런 일본정부의 잘못된 입장을 바탕으로 일본정부의 후원을 얻어 조직된 것이다. 일본정부는 국민기금의 설립과 모금활동을 적극 지원했고, 이 단체가 피해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의료·복지 지원금도 일본정부의 재정에서 나왔다. 피해자와 우리 국민이 이 단체의 활동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나아가 위안부범죄를 돈으로 조기에 매듭 지으려는 일본의 의도를 대행해주는 어용기관으로 인식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실제로 그동안 국민기금측이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받도록 종용한 행태는 순수 민간인의 활동으로 보기에 지나친 것이 많았다. 이번의 광고 공세도 그와 같은 것이다. 한국정부가 명단을 넘기지 않으면 직접 피해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이 넉넉지 않다는 것을 악용하여, 일본사회를 향해 「한국의 인권단체들이 민족, 역사라는 명분만 내세워 위로금을 못받게 하면서 피해자들의 궁핍을 외면하고 있다」는 식의 역선전을 펴고 있다니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비록 넉넉하지 않지만 93년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생활안정지원법」을 제정하여 매달 50만원의 생계비, 임대주택, 의료등의 지원 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피해자들이 만약 이 위로금을 받아들인다면, 일본정부는 대내외적으로 위안부문제는 피해자들이 동의하여 역사적으로 종료되었다고 선전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기금은 여성단체 지원, 가정폭력에 관한 국제회의 개최 등의 사업계획포부를 밝히고 있는데, 스스로를 아시아의 여성인권단체로 부상시킬 야심찬 계획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명백한 진실왜곡이며, 국민기금의 계획대로 된다면 우리 모두의 수치이다.

우리정부에 대해서도 제안한다. 일본의 위로금 지급계획이나 강행방식에 대해 상황이 생길 때만 소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일본정부의 태도가 오늘, 내일에 바른 방향으로 변화될 수 없는 것이라면, 대만정부처럼 일본으로부터 국가배상을 받을 때까지 피해자들에게 우리정부가 우선 배상금을 지급하는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가난한 피해자들이 돈의 유혹에 갈등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도 도리가 아니며 혹시 국민기금을 받게 된다면, 이것은 전적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우리 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현 정부가 하기 어렵다면, 대통령 당선자라도 긴박한 이 상황에 대해 답변이 있기를 기대한다.

일본인 중에서 이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았다. 그들은 일본사회가 더 민주화되기 전에는 과거사를 바로 정립하기 어려우며, 그것은 일본 민주화의 발전속도와 같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 문제는 장기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한일관계를 바로 세우고, 아시아에 인권과 평화, 민주의 가치들을 확립해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일본군 위안부문제 의원연구모임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