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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모으기 운동의 참뜻(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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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모으기 운동의 참뜻(사설)

입력
1998.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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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한파를 금모으기로 이기자는 나라살리기 운동이 시민의 뜨거운 호응 속에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 지난 5일 주택은행에 개설된 금매집 창구에는 사흘동안에만 20여만명이 참여해 20여톤이 모였다.돈으로 환산하면 약 2억달러어치 밖에 안되지만 그 금붙이 하나하나의 사연은 정말 눈물겹다. 결혼반지만 빼고 예물을 몽땅 가지고 나온 신부도 있었다. 이웃에 사는 40대 주부 열 사람이 아들 딸 돌반지, 생일기념 목걸이 같은 장롱 속 패물을 함께 모아 150여돈을 갖고 나오기도 했다. 입고 있는 마고자에서 금단추를 떼어 낸 팔순 할아버지도 있었다. 일본 야구팀에 스카우트된 이종범선수는 우승기념으로 받은 황금호랑이상과 메달 야구배트 글러브 등 소중한 기념물들을 전부 내놓았다.

무수한 외침과 내란을 겪어 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환난을 넘는 마지막 대비책으로 장롱 속에 금붙이를 간직하는 관습이 이어져 내려왔다. 경제발전으로 살림형편이 나아지다 보니 결혼이나 생일·졸업·취직·승진같은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주고받은 금붙이가 각 가정에 쌓여 대개 2,700여톤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가로 치면 거의 300억달러에 달한다.

이것을 모아 금괴로 만들어 해외시장에 내다 팔면 우리나라가 지금 목말라 하고 있는 달러로 바꿔 들여올 수 있고, 팔지 않고 한은 보유금으로 갖고 있어도 달러 국가보유고와 마찬가지 효력이 있어서 그만큼 신용이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외국에 진 빚을 당장 갚기로 말하자면 전체 공식외채의 6분의 1, IMF와 미국 일본 등 13개국이 지원키로 한 구제금융의 3분의 1을 꺼 나갈 수 있는 큰 재산이 된다.

금을 맡기는 개인에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실익이 있다. 한돈의 시중시세는 약 4만원에 불과하지만 외국에 판 뒤 달러를 원화로 바꿔 받을 경우 5만7,000원쯤 받을 수 있다. 금시세나 환율이 얼마나 큰 폭으로 달라질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1만원 정도의 차익은 보게 되는 셈이다.

우리를 앞장 서 지원하고 있는 미국과 다른 선진국 정부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사람들은 왜 자기들의 세금을 가지고, 장사하다 파산위기에 몰린 남의 나라 기업 빚을 구제해야 하는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세금 씀씀이를 감시하는 일을 첫째로 아는 미국의회는 이 여론 탓에 행정부를 추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금모으기 운동은 미국정부가 이런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인은 신용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정직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금모으기는 이런 이해타산에 의해 시작된 것이 아니다. 나라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무언의 함성인 것이다. 이 운동으로 얻게 될 진정한 결실은 그 공동체된 감동의 나눔에 있다. 한국일보가 70개 시민단체와 함께 12일부터 전국 농협창구를 통해 이 신 국채보상운동에 동참하는 참뜻도 바로 이 감동의 교감에 있다. 온 국민의 뜨거운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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