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상점폐쇄 심리적 공황상태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폭락사태가 미국의 지지입장 표명 등으로 9일 혼조세를 보였다. 이날 한때 1만1,000선까지 밀려났던 루피아화는 미국,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지표명으로 급반등, 달러당 8,000∼8,700선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통화 붕괴사태의 향후 추이는 여전히 가늠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이날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건 긴급전화는 외환시장에 다소 안정감을 주는데 기여했다. 또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 미셸 캉드쉬 IMF총재, 스탠리 피셔 부총재 등의 인도네시아 긴급방문계획도 서방의 관심을 확인시켰다.
전날 사재기 열풍과 상점폐쇄등 공황심리를 보였던 자카르타 중심가는 이날 통화 급반등으로 다소 안정세를 찾았으나 일부품목에서는 가격폭등과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불안감이 계속됐다.
○“IMF지원 곧 있을것”
○…클린턴 대통령은 8일 하오(미 동부시간) 텍사스주로 향하던 전용기안에서 인도네시아 사태를 보고받고 곧바로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20분여간 진행된 통화에서 『곧 IMF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수하르토 대통령은 『IMF의 요구조건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어 『인도네시아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현지 조사단을 급파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조사단에는 국무부 관리들과 국가안보회의 위원들이 대거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도 다음주중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상점가는 이날도 개장과 동시에 손님들이 밀려들기 시작해 쌀 설탕 우유 식용유등 일부 품목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일부 상점은 가격이 오를 것에 대비, 물건판매를 거부했으며 우유 등 몇몇 생필품은 가격이 2배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이날 자카르타 중심가의 골든 트룰리 백화점에서 수백명의 인파에 뒤섞여 물건 사재기에 나섰던 주부 수실라와티(42)는 『모든 것이 오를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물건을 사러왔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공무원 할인매장 장사진
○…대통령궁 인근의 공무원 할인매장에는 공무원들이 싼 식료품을 사기 위해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외신들은 인구의 90%인 2억명이 회교도인 인도네시아에서 낮시간에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라마단 금식월에 이같은 사재기 열풍이 연출된 것은 극히 비정상적이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군부는 사재기에 나선 시민 분위기를 접하고 국민들에게 안정을 되찾을 것을 촉구했다.
군부내 사회정치문제 담당인 유누스 요스피아 중장이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당부하고 경제위기 속에서 의도적으로 불안을 조장하는 특정세력이 있다고 비난했다고 관영 안타라통신이 보도했다.
○곳곳 유언비어 난무
○…수하르토 대통령과 각료들이 민심동요를 우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도처에서 각종 유언비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육군은 9일 『군인들이 대통령궁을 장악했고 수하르토 대통령이 국외로 탈출했다는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면서 기자들에게 「근거없는 소문」들을 보도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야당측은 『정부는 국민들 앞에 나와 현상황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고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 본국송환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극심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7만여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본국에 송환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당국은 『이같은 외국인노동자 감축이 정부주도가 아닌 민간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고 이로인해 한달 3,000∼1만5,000달러, 연간 30억달러의 외화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교권도 현정부의 실정을 맹렬히 비난하고 나서 수하르토 일가의 족벌체제가 집권 32년만에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다.
아미엔 라이스 회교지도자는 『3월11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에서 수하르토를 재차 지명하지 말라』고 촉구했으며 이같은 반정부 분위기는 전직 장성과 정치인, 학생들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S&P,신용등급 하향 조정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9일 인도네시아의 장기 외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장기 통화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췄다고 발표했다. S&P는 수하르토 대통령의 경제개혁 노력이 미진하고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사회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어 긴축재정을 유지할 수 있을 지 회의적이라면서 이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황유석 기자·자카르타="조용준" 지국장>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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