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거시경제 운영목표 수정은 앞으로 경제여건의 변화에 따라 IMF처방이 재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IMF 협약은 분기별로 한국정부의 개혁프로그램 이행상황을 점검하면서 재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재협상=협약불이행」으로 간주되면서 IMF처방은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 이를 지키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속출했다.
통화 및 재정의 긴축, 고금리 유지, 금융구조 건전화 등으로 요약되는 IMF 처방은 ▲기업부도 속출 ▲수출차질 ▲물가폭등을 낳으며 외환위기를 오히려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에서만 1천2백26개의 기업이 부도를 냈고,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1백개가 넘는 기업이 쓰러진 것으로 추산되는등 기업부도가 봇물을 이뤘다. 또 연 30∼40%대의 고금리는 한계기업들은 물론 우량기업들마저 과다한 금융비용부담을 견뎌내기 힘들어 자칫 성장잠재력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3월말까지 맞추기 위해 수출금융을 기피하는 바람에 외상수출대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원자재 수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수출기반이 붕괴될 조짐을 보였다.
정부와 IMF는 경제상황이 이처럼 악화하자 당초 처방을 재검토, 합의문에 명시된대로 「단기적으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고금리도 중요하나 이자율을 점진적으로 안정시켜 나가는 토대를 마련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또 은행권의 자기자본비율 충족부담으로 인해 많은 견실한 기업, 특히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출지원방안을 고려하기로 합의했다.
IMF측은 이에 앞서 정부의 주선으로 기업대표 및 일부 은행장들과 만나 수출업계의 실상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일과 24일 두차례 협상타결때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 등의 기초자료에 근거, 전형적인 처방을 내렸던 것에 비하면 IMF측으로서도 최근 한국경제상황에 당혹해 했다는 후문.
이밖에 우리나라에 앞서 IMF구제금융을 받았던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최근 모라토리엄(대외지급유예)선언 가능성까지 제기될 만큼 외환위기가 진정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IMF는 이날 거시경제에 대한 전망과 각종 이행기준을 내달 15일 점검때 체계적으로 재논의키로 정부와 합의, 추가 수정도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그간 정부의 IMF 협약이행의지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재조정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는 조건에서 추가수정이 가능할 전망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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