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최신 암치료 ‘최소장애 최대생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최신 암치료 ‘최소장애 최대생존’

입력
1998.01.10 00:00
0 0

암처럼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하는 질병도 없다.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은 여전히 정복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환경오염과 스트레스의 영향으로 해마다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암 치료법은 다양하지만 크게 두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암이 신체의 어느 한 부분이나 장기에만 국한됐을 때 적용하는 수술과 방사선치료와 같은 국소적 치료법이다. 둘째, 항암제화학요법 면역요법 등의 전신적 치료법이다. 암이 신체 여러 부위나 장기에 퍼져있을 때 이용한다.

최근의 암치료법은 수술에 따른 신체장애를 최소화하면서 생존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소한의 절제 수술과 함께 보존적 요법을 병행하는 다방법병합치료, 암으로 손상된 유전자를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유전자치료 등 최근 시도중인 각종 암치료법을 알아본다.

◎수술/주위 림프절까지 절제, 초기암 90%이상 완치

대부분의 암은 초기상태를 지나면 암주위에 있는 림프관을 따라 림프절로 번지고, 더 진행되면 멀리 떨어져있는 조직이나 장기로 퍼진다. 또 현미경을 들여다보면 암세포가 눈으로 보이는 경계에서 심하면 몇 ㎝까지 멀리 침투한 것을 볼 수 있다.

암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일부가 남게 되면 재발의 원인이 된다. 암은 재발할 수록 악성도가 심해지고 완치가 어렵다. 따라서 첫수술이 완치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는 점을 인식, 정상조직을 포함해 그 주위의 림프절까지 광범위하게 절제해야 한다. 초기암의 경우 수술만으로 90%이상 완치된다. 최근 암의 병리와 생물분자학적 특징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또 다양한 진단법과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수술로 떼어내는 범위를 될 수록 적게 하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면역치료 등을 병행, 완치율을 높이고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초음파진단술 등의 최신 진단법은 암의 발생위치, 크기, 주위조직으로 침투한 정도, 림프절 전이여부 등을 정확히 알려 준다. 이에 따라 암의 크기가 작고 주위로 침투한 깊이가 얕으며 림프절에 전이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복강경이나 내시경을 통해 부분적으로 축소 절제하는 방법이 80년대말부터 위암 대장암 등 몇가지 암에 대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표준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수술 건수나 추적관찰기간이 충분치 못하다. 앞으로 연구개발이 필요한 분야이다.

종양에서 암의 변화가 있으면서 줄기의 바닥까지 침투하지 않은 대장이나 직장암은 대장내시경이나 직장경을 통해 절제할 수 있다. 하지만 1년에 2∼3회정도 반드시 내시경검사를 통해 재발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항암제 화학요법/림프계 암이나 백혈병 등 혈액암에 효과

1944년 이탈리아 나폴리항에서는 전쟁 때 독가스로 사용되던 머스타드 가스통이 부주의로 폭발한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독가스에 노출된 인부들을 병원에 수용하고 치료하던 중 혈액성분의 백혈구가 현저히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백혈병은 백혈구가 병적으로 증가하는 혈액암. 은밀히 머스타드 가스로 백혈병 환자를 치료한 결과 예상외로 좋은 반응이 나타났다. 이를 계기로 암치료에 화학요법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사용되는 항암제는 수십가지 종류가 있다. 항암제화학요법은 주로 백혈병 등의 혈액이나 림프계에 발생한 암의 치료에 이용된다.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을 수술한 후 재발 위험성이 높은 경우에도 보조적으로 이용된다. 각종 암을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고용량의 항암제를 투여할 경우 백혈구와 혈소판이 크게 감소, 세균감염과 출혈 등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자가골수 또는 말초혈액근간세포를 이식하는 자가조혈모세포이식술을 시행한다. 이는 항암제를 투여하기 전 환자 자신의 건강한 골수나 말초혈액근간세포를 채취, 섭씨 영하 196도로 냉동보존했다가 대량의 항암제치료가 끝난 다음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이다. 백혈구와 혈소판 감소에 따른 세균감염 등의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어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비용이 비싼 게 흠이다.

이런 고용량 항암제화학요법과 자가조혈모세포이식술은 백혈병 치료에 많이 이용된다. 10개 이상의 겨드랑이 림프절에 전이가 된 3기 유방암의 경우 재발없이 2년이상 생존한 비율이 72%, 3년이상 생존율은 15∼25%라는 보고가 있다.

◎다방법 병합치료/여러 전공의사모여 다양한 치료를 단계시행

재발률감소, 완치율제고, 삶의 질 향상 등을 달성하려면 다양한 치료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다방법병합치료가 가장 바람직하다. 치료팀은 암수술 전문외과의, 항암제치료 전문내과의, 치료방사선 전문의, 암병리의사 등으로 구성된다. 이 방법은 수술을 최소화해 기관이나 장기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고, 방사선치료도 기관이나 장기의 생리적 기능을 보존할 수 있도록 45∼50Gy(그레이=방사선 피폭단위)정도만 조사한다. 치료가 끝난 뒤에도 남아있을지 모르는 암세포까지 파괴하기 위해 적당량의 항암제치료와 면역치료를 병행한다. 팔이나 다리에 발생한 골육종의 경우 60년 이전에는 사지를 절단해도 재발률이 18%나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종양 발생부위만을 절제한 후 방사선치료와 항암제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재발률이 10%내외로 감소했다. 1·2기 유방암도 종양부위만 부분 절제하고 방사선과 항암제치료를 병행, 유방의 원형을 보존하는 치료법이 세계적으로 널리 시행되고 있다. 직장암도 항문을 가능한한 보존하고 방광과 생식기로 가는 자율신경을 살린 다음 방사선과 항암제치료를 병행, 광범위 절제수술과 비슷한 치료성적을 얻고 있다.

◎유전자 요법/치료유전자 주입… 현재 말기암대상 시험치료

암세포의 유전적 결함을 교정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지닌 유전자를 세포안으로 주입, 치료하는 방법이다. 현재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적인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암치료에 주로 이용되는 유전자는 암세포를 일찍 죽게하는 종양억제유전자, 암세포의 항원성과 암환자의 면역기능을 증가시키는 사이토카인유전자, 정상세포는 손상하지 않고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약제감수성유전자 등이다.

유전자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치료유전자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현재 시행가능한 전달물질로는 아데노바이러스, 레트로바이러스, 라이포좀 등이 있는 데, 인체에 염증이나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전달효과가 낮은 게 단점이다. 현재 이런 결함없이 치료유전자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기 위한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앰디앤더슨 암센터는 최근 9명의 말기 폐암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3명에게서 효과를 본 것으로 보고했다. 아직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효과적인 치료유전자 및 전달물질이 개발되면 치료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방사선 치료/치료효과 촉매제 합병증 감소법 등 속속 개발

방사선치료를 받으면 암세포는 물론 정상세포도 파괴된다. 일반적으로 각 장기의 방사선 최대 허용량은 간의 경우 30∼40Gy(그레이=방사선 피폭단위), 소장과 대장은 50Gy, 골수는 30∼40Gy, 콩팥과 폐는 20∼30Gy, 림프구 고환 난소 등은 2∼10Gy이다. 방사선 조사량이 많을 수록 암세포가 많이 파괴되지만 그 주위에 있는 정상세포도 함께 파괴되기 때문에 신체 각 부위와 장기에 대한 방사선 최대 허용량을 정해놓은 것이다. 만일 허용량 이상으로 방사선이 들어가면 심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방사선만으로 암을 치료하려면 최소한 50∼60Gy 이상의 방사선을 쏘여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양의 방사선을 쏘이면 주위 조직이나 인접한 장기가 손상받고, 이로 인한 합병증과 후유증이 심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수술 전이나 직후에 45∼50Gy를 조사함으로써 훨씬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현재 암부위에 대한 방사선 치료효과를 높이는 방사선효과촉매물질, 정상세포에 대한 방사선의 영향이나 합병증을 감소시키는 방법 등이 개발되고 있다.

◎면역 요법/암세포만 선택파괴… 아직 일부암에만 효과

정상세포에는 거의 손상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극히 일부 암에서만 효과가 뚜렷하다는 단점이 있다.

면역요법에 사용되는 치료제는 BCG같은 세균에서 추출한 것과 식물 씨앗 버섯 등에서 뽑은 것 등 많은 물질이 있다. 암세포를 약물처리 등 여러 방법으로 비활성화해 만든 백신도 있다. 그러나 백신은 조직항원 거부반응 때문에 자기 암세포만을 이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민진식 세브란스병원 암센터원장·대한암협회 이사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