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힘들고 추운 이 겨울에 이웃돕기성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IMF한파를 녹일 희망의 불씨처럼 소중한 정성이 국민들의 얼어붙은 가슴에 온기를 높여 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이웃돕기성금 모금액이 5일 현재 117억여원이나 돼 경기가 좋았던 96년보다 8% 늘어났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에 희망을 갖게 한다. 모금기간이 20여일 남아 있으므로 앞으로도 온정은 계속 쌓일 것이다.나보다 더 어렵고 외로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에 액수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아니다. 모금액중 93%는 일반시민들이 낸 푼돈이다. 저금통을 턴 초등학생, 청소하다 주운 돈을 기탁한 환경미화원, 축의금을 떼낸 신혼부부, 송년회 경비를 기탁한 단체등 모두가 자랑스럽고 미더운 우리의 이웃들이다. 귀국길에 1억원의 성금을 낸 선동렬 선수를 비롯해 슛이나 서비스 에이스가 성공할 때마다 일정액을 내는 농구·배구선수도 있다. 실직자가 낸 성금에는 이 고통을 어서 극복하자는 바람과 눈물이 배어 있다. 기업이 낸 성금이 줄어든 것은 경기악화 때문이지만 이제 이웃돕기에서도 허식과 거품이 빠지고 참된 이웃사랑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4일부터 21일간 거리에서 사랑의 종을 울렸던 구세군의 자선냄비에도 9%가 늘어난 13억여원이 모아졌었다. 전년보다 증가율은 약간 낮아졌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에 구세군 관계자들이 놀랄 정도였다.
우리는 이처럼 어려운 이웃을 돌볼 줄 알고 남의 불행을 자신의 불행처럼 안타까워 하며 돕고 사는 민족이다. 자기만 생각하면서 분수에 넘치게 살다가 국제사회의 신인을 잃고 오늘의 이 국난을 맞이했지만, 우리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로 돕고 나누는 전통을 살려 고통을 이기고 다시 일어서곤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법이 공포됨에 따라 7월부터는 이웃돕기모금이 연중 모금체제로 바뀐다. 정부가 주도해 온 모금활동은 민간단체에 넘겨져 민간의 사회복지 참여가 제도화하며 가정의 달 모금, 장애인을 위한 모금식으로 주제별 모금활동이 전개될 전망이다. 사실 정부의 사회복지사업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새 법의 제정에 따라 폐기된 종전의 사회복지사업기금법에는 정부출연금이 첫번째 재원으로 규정돼 있었으나 정부는 그동안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국민들의 성금을 거두어 생색을 낸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새 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등 법규를 마련하는 절차와 모금의 주체가 될 공동모금회의 인선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미 적립돼 있는 사회복지사업기금의 조기이관에도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IMF시대에는 온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나누고 베푸는 삶을 통해 우리는 함께 사는 사회를 이룩해야 하며 참여와 자원봉사를 통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키워가야 한다. 연중모금은 이웃돕기의 생활화가 없이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 이제 이웃돕기는 연말연시만의 행사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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