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찰 IMF이전의 30∼50배/로비·브로커 활개 비리 속출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이후 민간 건설공사 물량이 줄어든데다 발주업체의 공사대금 부도가 잦자 건설업체들이 결제가 확실한 관급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수백개 업체가 참가하는 등 과당경쟁을 벌여 부실시공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전남 나주시가 지난달 실시한 삼포면 등수지구 농로포장공사(공사비 5억5천만원) 입찰에는 전국에서 9백76개 업체가 참여했다. 경남 사천시가 지난달 22일 발주한 7천만∼8천5백만원 규모의 물량장 설치공사와 수해복구공사에는 각각 3백48개 업체가 응찰했다. 경남도내의 건설업체 거의 모두가 참여한 것이다. 예정가 2억6천5백만원인 경기도립노인전문병원(용인시)의 전기공사에 2백31개 업체가 응찰하는 등 대부분의 관급공사 경쟁률이 IMF구제금융 이전보다 30∼50배 높아졌다.
대전서부경찰서는 지난달 23일 대전체육고 체육관 증축공사(공사비 42억원) 입찰장에서 입찰서를 모두 찢어버린 금성백조주택(주) 이창종(36) 이사를 구속했다. 경찰은 『담당직원에게 뇌물을 줬는데도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맡기지 않아 입찰을 방해했다』는 이씨의 진술에 따라 수사중이다.
경남 진주시 진산농지개량조합은 지난달 22일 농촌용수개발공사(공사비 1백50억원) 입찰을 실시했으나 시공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해 대형건설업체들이 참가를 거부, 1차 유찰된 뒤 재입찰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소규모 공사의 응찰인 참가자격이 대폭 완화되면서 입찰전문 브로커들이 활개치고 있다. 브로커들은 타인의 회사명의를 10여개씩 빌려 입찰대리인을 고용, 낙찰받은 뒤 불법하도급을 알선하고 있다. 또 면허취득 요건완화로 기술축적이 없는 상태에서 면허를 취득한 업체들이 급증한 것도 부실시공의 요인이 되고 있다.
대구지역 한 업체의 입찰담당자는 『입찰장마다 브로커들이 판을 친다』며 『소규모 업체들은 브로커를 통해 공사를 따낸 뒤 공사금액의 일정부분을 「부금」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1백억원이상의 대형공사는 낙찰된 업체에 발주기관이 지방업체 등에 일정비율을 하도급하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이 과정에서 돈이 오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5월 지방선거가 있는데다 수의계약할 수 있는 종합건설업의 공사금액이 5천만원 미만에서 1억원 미만으로 조정될 전망이어서 「잘라먹기식 입찰」로 인한 부조리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치단체가 발주한 공사는 단체장은 물론 지방의원까지 끼지 않고는 수주가 불가능하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수의계약을 하면 통상 공사금액의 3∼4%, 많게는 5%를 공무원들에게 떡값명목으로 떼어 준다』고 말했다.<이상곤·전성우·전준호 기자>이상곤·전성우·전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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