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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다 죽으란 말입니까”/수출대책회의 업계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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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다 죽으란 말입니까”/수출대책회의 업계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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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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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업계 “자금난 벼랑끝” 아우성/“정부 은행독려 공염불 일선창구 꿈쩍도 안해 원자재 재고도 곧 바닥 수출 중단사태 초읽기”수출전선이 무너지기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8일 무역회관에서 업종별 관계자들과 당국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수출대책회의는 자금난으로 벼랑끝에 몰린 수출업계의 분노와 신음소리로 가득했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그동안 수출업체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나름대로 대책을 내놓았지만 자기자본충족이라는 은행권의 한계상황, 본점의 지시가 지점에는 먹히지 않는 메커니즘속에 매몰되면서 일선창구에서는 반향없는 메아리로 돌아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입으로만 외치는 금융기관 독려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하소연이다.

수출업계는 수출신용장의 결제가 되지 않아 발생하는 자금난은 물론 연말 수입 신용장개설이 전면중단되면서 시작된 원자재난으로 이달중순부터는 본격적인 수출중단사태가 가시화할 만큼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탈출의 유일한 돌파구인 수출이 요지부동인 금융시스템으로 기반 전체가 무너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업종별 단체의 관계자들은 절박한 목소리로 업체들의 사정들을 전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우선 최근 발등의 불로 떠오른 자재난에 집중됐다. 매월 3천∼4천만 달러의 소재부품을 조달하는 대우중공업의 경우 일람불 수입신용장개설등으로 물꼬는 트고 있지만 재고물량이 많지 않아 다음달 이후부터 문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본다.

▲조선공업협회 조순제 이사 부품 기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은 원자재조달이 되지 않아 납품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섬유직물수출협회 홍순균 부이사장 업종특성상 소량의 재고만을 보유하고 있어 벌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사양산업의 오명을 딛고 수출주문이 늘고 있지만 염료등 부자재공급까지 길이 막혀 방법이 없다. 원면과 원사는 지난해 12월초부터 수입이 거의 중단돼 2월초부터 수출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염료생산업체인 경인양행은 중국 인도에서 수입하던 대표적 중간재 H산의 재고량이 1개월분정도로 알려졌고 양모수입업체인 A사는 신용장개설이 되지 않아 재고가 바닥난 상태다.

▲악기공업협회 이영랑 전무 피아노를 수출하는 B사의 경우 분기별로 원자재수입을 하고있어 연말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연초부터 신용장개설이 되지 않아 자재수급이 중단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부 모델은 이달중순부터 생산을 중단해야한다.

▲타이어공업협회 김승웅 전무 A타이어사의 경우 자동차 튜브제조에 사용되는 고무를 월 4백∼5백만달러 상당 수입하고 있는데 수입신용장개설이 막히면서 현재 재고는 20일치로 줄어들었다.

▲피혁제품수출조합 최호영 이사 대형피혁업체 3∼4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재고가 바닥이 난 상태다. 현재 80%의 업체가 재고부족으로 생산감축내지는 중단에 들어갔다.

▲J중견 식기업체 관계자 바이어를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코앞에 다가섰다. 평소 1개월치 원자재를 비축해왔지만 다 써버리고 10일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입가격도 1백% 올랐고 현금을 들고가도 물량을 구할 수없는 실정이다. 바이어로부터 1백만 달러의 오더를 최근 받았으나 수출계약을 이행하지 못해 바이어를 잃게 될 상황이다.

▲무역협회 황두연 부회장 자체조사결과 지난 연말까지 수입 신용장 거절비율은 전체개설예정액의 80%에 달했고 연초에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수출업체들은 수출신용장기피로 인한 자금난, 원자재부족으로 인한 수출중단, 바이어 이탈, 부도의 예정된 수순으로 침몰하고 있다.

▲A 봉제품 수출업체 대표 업계가 예정된 파멸의 길로 치닫고 있다. 수출이 IMF탈출의 유일한 길이라며 내놓는 당국의 대책은 입에서만 머물고 있다. 현장에 직접 와닿는 체감대책을 내놓아라.<이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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