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과 교역량 100억불 건설·차수출 등 큰 타격/외국자본 아 이탈 가속 한국 외환위기 악영향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모라토리엄(대외지급유예)을 선언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국내 금융계와 일반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모라토리엄 선언은 현찰(달러)없이는 대외거래가 불가능한 폐쇄 경제체제로의 돌입을 의미한다. 해당국 대외투자자들의 채권회수가 상당기간 동결되는 것은 물론 주요 교역국들도 수출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게 된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와 교역량이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더구나 이번 사태가 해외투자자본의 아시아 이탈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경우 외국자본의 국내 유입이 중단돼 최근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는 외환위기가 악화할 수 있다.
물론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무너질 경우 유망시장의 하나인 아시아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메리트가 높아져 외국자본의 대한 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분석도 있다. 예상되는 파장을 분야별로 점검해 본다.
◆금융기관 태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현지에 투자(융자)한 금액은 종합금융사 리스 등을 합해 1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에선 은행투자분만 10억달러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 노무라연구소는 최근 한국의 대외신용제공액(96년 6월말기준) 499억달러중 200억달러 가량이 인도네시아 기업들의 해외 기업어음(CP)에 투자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 국가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되면 투자자산은 대부분 회수가 불투명해져 국내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을 증가시킬 전망이다. IMF 구제금융이후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업계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대한 교역량은 지난해 33억달러와 70억달러. 이들 국가의 대한 수입규모는 각각 12억, 37억달러. 모라토리엄 선언시 국내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게 분명하다.
또한 국내 기업들이 현지에 투자한 금액은 태국 3억8,900만달러, 인도네시아 14억4,000만달러 등으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다.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제3국 수출을 위한 현지공장 설립 등이 주된 투자형태여서 이들 국가의 대외거래가 중단될 경우 생산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건설 및 자동차업계가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내 건설업체들은 지난해 10월말 현재 태국에서 25억달러, 인도네시아에서 54억달러 상당의 공사를 수주했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되면 건설대금의 상당부분을 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에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계에 한파가 몰아닥칠 수 있는 셈이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 기아자동차의 경우 올해 말로 예정된 인도네시아 국민차공장의 완공이 늦춰질 수 있고, 수억달러의 설비투자비도 묶일 가능성도 있다.
인도네시아 비만타라그룹과 합작으로 연산 1만대규모의 엑센트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내수급감으로 공장가동이 위축될 수 있다.
특히 수출증대로 내수위축을 극복하려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올해 사업계획에도 큰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자본시장 증권전문가들은 최근 주가 상승세가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세 유입에 의한 만큼 태국 등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외국인들의 이탈이 가시화할 경우 다시한번 폭락장세로 돌변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럴 경우 빗장이 풀린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급감할 공산이 크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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