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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8.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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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명절 선물이나 회갑 등 각종 행사의 답례품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60년대 말 경제발전이 시작될 때 가장 두드러진 선물은 구두 상품권이었다. 산업발달이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 주듯 구두도 수제화에서 기계로 만드는 대량생산 시대를 맞아 가장 보편적이고 흔한 선물이 됐다. ◆이와 때를 거의 같이 하며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 바로 화학 조미료 선물세트였다. 일본을 통해 들어온 화학 조미료의 등장은 바로 우리 전통 입맛의 변화를 의미했다. 어머니 손끝에서 피어나던 각종 음식맛이 화학 조미료에 의존하는 시대가 됐던 것이다. ◆그 뒤를 이은 선물상품은 갈비세트와 수입 양주였다. 고도성장과 함께 생활수준이 급속히 향상됨에 따라 선물도 고급화의 길을 치닫기 시작했다. 백화점마다 갈비는 물론 쇠고기를 부위와 조리 용도에 따라 분류한 세트를 마련해 판촉에 열을 올렸었다. ◆90년대 초부터 국민들은 높은 생활수준 속에서 문화 및 정보생활을 하게 되자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선물도 갈비보다는 영지버섯과 녹차 등 건강보조 식품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됐고 각종 행사의 답례품으로 공중전화 카드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는 어떠한 선물이나 답례품이 사랑을 받을까. 뜻밖에도 선물용 지하철 승차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매월 1억원 정도 팔렸으나 요즘엔 2억원을 넘어 서고 있다. 주문에 따라 디자인도 해주고 선물하는 사람의 이름까지 넣어 준다. 「조그마한」선물이지만 그 속엔 IMF한파를 이겨내려는 국민들의 큰 뜻이 깃들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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