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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학제개편부터/한준상·연세대 교수·교육학(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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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학제개편부터/한준상·연세대 교수·교육학(특별기고)

입력
1998.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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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엘리트 중심의 단선형 학제로는 효율적인 교육을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김대중 차기대통령이 교육개혁을 하려고 한다면 비전있는 큼직한 교육개혁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 DJ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은 교육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기에 하는 말이다. 그 동안 엘리트대학 출신들이 틀어쥐고 있던 정치구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도 그렇고 비엘리트대학 출신이나 고교졸업자도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았기 때문에도 그렇다.

사실 차기정권을 위해 남아있는 교육개혁의 일거리는 그리 많지 않을 성싶다. YS정권때 해놓은 것을 뒤집어 놓기만해도 일감이 될텐데 뭐가 그러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국민교육에 관한한 그렇지가 않다. 조기영어교육을 재고하겠다고 운을 뗐다가 언론으로부터 호되게 혼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번 김영삼 대통령 재임중 이뤄진 교육개혁의 가짓수가 크고 작은 것을 합쳐 무려 100개가 넘는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교육개혁안으로 들어가다보니 교육부가 그간 미뤄놓은 일을 교육개혁위원회가 청부받아 한 꼴이라는 의견도 있기는 하다.

그런 야유의 잣대로 훑어보면 지금까지의 교육개혁이 경중의 우선순위를 가리지 않고 이뤄진 것일 수도 있다. 모양이 그렇게 비칠 수는 있어도 이번 YS정권의 교육개혁은 그 나름대로 우리 교육계에서 해볼만한 일은 거의 다 건드려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역대정권 중에서 교육개혁의 양 만큼은 제일 많은 정권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이런저런 것을 고려해보면 김대중 차기대통령의 정부는 지방교육청에서나 해야될 그런 자질구레한 일에는 신경부터 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제부터는 우리 교육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할 단단한 토대를 세워야 한다.

싸구려 이미지를 벗어나는 새로운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개혁을 해내야 한다.

그런 듬직한 교육개혁 일감을 하나 추천하라고 하면 당연히 학제개혁을 꼽고 싶다. 나라교육의 틀을 새로 잡는 학제개혁은 광복이후 역대정권들이 한번도 건드려보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속전속결이나 임기응변으로 할 수 없는 것이라 그랬던 것이다. 지금같이 어려운 구제금융시대에 제대로 대응하는 효율적인 교육, 고용중심교육, 생산성있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라도 학제개혁은 해볼만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과 같이 소수 엘리트중심의 단선형학제로부터 대중적인 엘리트를 길러내는 다선형학제로 바꾸는 것이 우리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국민모두가 학벌 때문에 피멍이 들지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학제를 바꿔야 한다.

사교육비를 줄이려고 하더라도 어차피 지금과 같은 단선형 학제에는 손을 댈 수 밖에 없다. 현행학제는 정부수립이래 50년동안 엄청난 돈을 사교육비로 탕진하게 만든 고비용 저효율 학제일 뿐이다. 출세는 학연으로 찾아야한다는 등식이나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이 단선형학제이다. 일류대 입학은 출세를 보장하는 지름길이고 그 반대는 실패의 길로 그려진 2차선 도로와 같은 것이 바로 지금의 사다리꼴 학제이다.

모두가 제나름대로 달리고 싶고, 출세도 하고 싶은데 열린 길이 하나로 통하니 모두에게 별 수가 없다. 새 차도 소용없고 천재 운전사라도 어쩔 수 없이 정해진 외길을 따라가야 한다. 모두가 제 능력대로 숨통을 트며 제 나름대로 출세를 하게 하려면 여러 갈래로 터진 길부터 만들어 놓아야 한다.

모두에게 길은 외길, 서울의 대학으로만 향하라 하니 초중등교육 모두가 그 모양으로 꼬였고, 저 모양으로 일그러지게 된 것이다. 나홀로 과외가 극성을 떠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학벌의 외길 때문에 그런 것이다.

정말로 민중적인 정부가 되려면 서울의 대학을 안가도 나름대로 다양하게 출세하는 길을 터놓는 다선형학제로의 교육개혁부터 해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은 우리의 교육의 질을 높이는 고품격 교육개혁이 될 것이다. 바라건대 어느 외국의 학자가 우리를 향해 쏘아 붙였듯이, 그 어느때처럼 막 털어파는 교육개혁 세일을 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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