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역정보 흘리기/부처이기주의안 제출/상대정보 캐내기 등 치열한 로비전 전개정권인수 작업이 진행중인 대통령직인수위 건물에는 최근 초대받지 않은 공무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각 부처 업무보고 일정과는 전혀 관계없는 「다른 임무」를 띠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과 경제실정 원인분석 등 공무원 사회의 대지각 변동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들의 임무가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각 부처가 저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로비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8일 상오엔 폐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정무장관실 직원들이 대거 인수위 사무실을 찾았다. 이들은 인수위원장과 정무분과 위원들을 만나기 위해 위원장 부속실과 분과위 사무실을 번갈아 들락거렸다. 한 직원은 『총무처 등에서 정무장관실 폐지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인수위 정무분과위에서는 오히려 기능강화 방안을 보고토록 지시했다』고 「확인되지 않은」 말을 흘렸다.
행정 각 부처의 로비는 공식적인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보다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예를들어 정부내 대외통상 기능을 어떻게 통폐합할 것인지를 놓고 관련부처인 재경원 외무부 통산부 등은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경원은 영향력 유지를 위해 경제1분과위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대외통상기능과 국제경제기능을 한데 묶어 대외경제통상부를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외무부는 통일·외교·안보분과위에 대한 보고에서 통상교섭 채널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명분아래 외무부로 통상기능을 흡수, 대외통상본부를 신설하는 안을 제시했다. 통산부는 또 나름대로 8일 경제1분과위에 대한 보고에서 통상기능만을 분리, 총리실 직속으로 통상교섭처를 신설하자는 안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이처럼 각 부처의 이해관계가 대립하자 각 해당분과위가 각각 특정안을 지지해 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가 하면 실제로 분과위원들 중에는 특정안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로비전이 가열되자 각 부처에서 파견된 전문위원 및 행정관들 사이에선 서로 상대부처에 대한 「정보 캐내기」까지 성행하고 있다. 8일 업무보고를 한 통일원은 업무현황 및 자체 조직개편 시안을 분과위원과 통일원에서 파견된 전문위원에게만 배포했다. 같은 분과위에 속했더라도 상대부처 전문위원들에겐 자료를 배포하지 않는 것이 이미 관행으로 굳어졌기 때문에 저마다 상대부처에 대한 정보캐내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같은 일이 성행하자 8일 인수위는 내부지침을 통해 파견 공무원들에게 「부처의 이익을 대변하지 말고 인수위 입장에서 일하라」는 사발통문을 돌리기도 했다.
각 부처의 집단적인 이해관계 뿐만 아니라 고위직 공무원들의 사적인 이해관계를 위한 은밀한 정보전달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일 청와대의 모 수석비서관은 소관 분과위가 아닌 타 분과위 간사에게 다른 사람은 보지 말라는 뜻의 이른바 「친전」서류를 전달하기도 했다. 인수위로 몰리는 사람들은 공무원들만은 아니다. 대선과정에서의 「공」을 앞세운 인사들은 물론 대학 교수나 각종 연구소의 연구원들도 인수위 사무실 문을 두드리거나 각 위원들의 보좌관등을 통해 이력서를 전달하고 있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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