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목숨을 볼모로 한 인질범죄는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패륜범죄다. 설령 어떤 변명이나 적당한 목적을 둘러댄다 하더라도 인질범죄는 결코 합리화될 수 없다. 특히 무고한 생명을 담보로 한 이같은 범죄는 대개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집단이나 개인이 최후의 발악으로 저지르는 가장 추악한 범죄이기 때문이다.예멘주재 한국대사관 허진 1등서기관 부인과 세살배기 어린 딸, 그리고 현지서 중고차 판매상을 하는 교민 한사람 등 3명의 피랍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은 지난 5일 수도 사나 중심가에서 함께 외출을 끝내고 차편으로 귀가중 집앞 300m 지점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아직 범인들의 신원이나 납치목적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들리는바로는 한 부족이 자기 정부의 행형조치에 불만을 품고 일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예멘은 다부족사회다. 특히 90년 5월 체제와 이념이 다른 두 국가, 즉 남북예멘이 통합한 이래 부족간, 혹은 부족과 중앙정부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국은 이들이 한시 바삐 구출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예멘은 아직까지 외국인이 인질사건으로 생명을 잃는 등 위해를 당한 경우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불행중 다행스럽긴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우리는 범인들이 무고한 이들을 즉각 가족의 품에 돌려보내기를 촉구한다. 아울러 이들의 신변안전에 1차적 책임이 있는 예멘정부도 이들이 안전하게 석방될 수 있도록 주재국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 주길 바란다.
납치범에게는 쇠귀에 경읽는 꼴이 될지 모르지만 「외교관보호에 관한 비엔나협약」은 외교관은 물론 그 가족까지 국제법적으로 특별한 보호를 받게 돼 있다. 더욱이 부녀자와 어린이의 납치행위는 국제사회가 가장 증오하는 범죄행위다. 거듭 촉구하지만 납치범들은 이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 차제에 정부도 납치테러 등이 우려되는 이런 지역의 공관원은 물론 교민의 안전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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