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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최재후씨 가족(인생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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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최재후씨 가족(인생설계)

입력
1998.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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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자기사명서’ 새로 써서 일요일마다 서로 평가·격려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최재후(48·한솔그룹 기획조정실 전략팀장)이사 가정은 일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모임을 갖는다. 한 주동안 가족 구성원이 지내온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 가족끼리 서운했던 것도 화제로 오른다. 『너희들한테 소리를 질러서 미안하다』고 최씨의 아내 이승남(42)씨가 말하면 아들 우진(17·대진고 1)군과 딸 자윤(16·서울외국인중 3)양도 잘못을 반성한다.

반성뿐 아니다. 고마웠던 일도 서로 이야기하고 사랑한다는 감정도 듬뿍 표현한다. 이들이 일주일을 평가하는 토대는 저마다 갖고있는 「자기사명서」. 온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쓴 「가족사명서」도 있다. 「우리집은 이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아늑한 공간이다. 우리 가족은 각자 개성을 알고 이해하며 서로 능력을 발휘하도록 최대한 도와준다」같은 내용이 「가족사명서」에 들어있다. 이들이 사명서를 쓰게 된 것은 95년 최씨가 경영자 훈련과정의 하나로 한국리더십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사람마다 글로 쓴 개인헌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한 최씨는 집에 오자 아내와 자녀에게도 권했다. 96년 새해부터 시작한 것이 올해로 세번째. 최씨는 「늘 기도하는 사람, 나의 장점만 보며 겸손한 사람, 최선을 다하며 나를 이기고 늘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이씨는 「막내가 대학갈때까지는 프로주부로, 그 후로는 자기만의 멋진 삶을 계획하겠다」고 결심했다. 아들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를 짓는 건축가」를, 딸은 「디자이너」를 희망하게 됐다. 직업적 목표만이 아니다. 「친구들에게 다정하게 대하겠다」같은 마음다짐도 들어있다.

이씨는 사명서를 쓰면서 급한 성격이 많이 고쳐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잘못을 보는 즉시 윽박질렀는데 요즘은 그 이유를 듣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즉흥적인 쇼핑습관도 고쳤다. 냉장고에 재고목록을 써놓고 IMF체제가 들어서자 절약을 위한 10가지 지침도 세웠다. 『사명서대로 프로주부가 되기 위해서』라고 이씨는 말한다. 우진군은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잃어버리고 며칠 뒤 친구가 쓰고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화를 참고 「내가 떨어뜨렸는데 네가 쓰고있구나」라고 말해서 우정도 상하지 않고 물건을 찾았다. 말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자는 사명서 다짐 덕분이었다』고 들려준다.

가족들에 따르면 가장 많이 변한 사람은 아버지 최씨. 차갑고 딱딱하다는 평을 받던 사람이 이제는 가정화목의 중재자가 되었다. 모두 「푸근한 사람이 되겠다」는 사명서의 다짐 때문이다. 경영학 박사이기도 한 최씨는 『사람은 누구나 잘 살길 바라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른다. 글로 자신의 생각을 써놓고 매주 점검하는 삶을 살면 자기 뿐 아니라 사회전체를 행복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일러준다.<서화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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