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시대 유물’ 읍면동 수술해야/중앙시도시군구읍면동 공무원 문서 1건 처리에 13단계 ‘결재 또 결재’/인력·예산낭비 비효율정부조직개편과 함께 정부 여당에서 읍면동 폐지 등 지방행정구조 개편을 본격 추진하고 나서 새해에는 지방자치의 근본 틀이 바뀔 전망이다.
시도시군구읍면동으로 짜여진 현재의 지방행정구조는 농경시대인 조선시대 8도를 기본골격으로 일제시대에 마련된 것이어서 정보산업사회의 행정구조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그동안의 행정구조 개편시도는 정치논리와 기득권을 지키려는 관료사회의 거센 반발로 실패와 좌절을 거듭했다.
자치행정과 관련해 논란을 빚고 있는 구조조정문제는 도농통합을 포함한 행정구역조정과 3단계로 짜여진 계층구조의 개편. 우선 자치행정의 관할구역면에서 광역시에 속한 자치구의 면적은 너무 협소한데 비해 시군의 면적은 너무 넓고 지자체간 불균형도 극심해 주민참여와 지역간 균형발전의 장애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기 고양시의 면적은 같은 광역단체에 속한 군포시의 13배나 되고 광주 광산구는 부산 중구의 102배에 달한다. 인구도 경기도는 제주도의 13배이고 기초자치단체는 최고 91만여명(성남시)에서 최하 1만여명(울릉·옹진군)으로 차이가 극심하다. 섬지역이 아니더라도 강원 양구군과 경북 영양군은 2만5,000명에 불과하다. 재정의 차이도 극심해 같은 서울시에서도 강남구의 재정자립도는 100%수준이지만 강북구는 36%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행정구역 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계층 행정구조가 가져온 폐단은 더욱 심각하다. 중앙정부시도시군구읍면동의 4계층(인구 50만이상 대도시는 5계층)을 거치면서 정책집행이 지체 또는 왜곡되고 있다. 여기에다 시군구 아래에 읍면동이라는 하부집행기관을 두어 행정계층과 자치계층간의 불일치 및 인력과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문서 한건을 처리하는데 보통 13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계층의 수가 많을수록 문서전달과정에 단계가 늘어나고, 동일한 결재과정이 계층마다 반복돼 낭비가 불가피한 것이다.
강원대 박대순(49·행정학과)교수는 『계층간에 업무분담규정이 불분명해 기능수행의 중복, 권한과 책임한계의 불분명, 하위계층에 대한 지시와 감독의 중첩 등 부조리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계층구조의 축소와 광역행정의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이 7일 공식발족시킨 정부조직개편위에서도 읍면동 폐지방안과 중앙정부와 시군사이에서 별다른 기능을 하는 못하는 도를 폐지하고 대신 3∼5개의 기초자치단체를 광역화하는 방안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과 학계 일각에서는 국민정서상 충격이 큰 도의 폐지보다 읍면동을 폐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전국 3,692개 읍면동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8만여명에 달하지만 고유사무는 읍면이 36%, 동은 15%에 불과하고 대부분 전산처리가 가능한 증명서 발급업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주민카드 발급등 행정의 정보화로 읍면동을 주민복지센터 등으로 전환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가져온 도전을 기회로 비효율과 지역이기주의, 불균형발전으로 점철된 지방행정구조를 자치시대에 적합한 틀로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곽영승 기자>곽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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