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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8.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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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팝스타 마이클 잭슨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그에게 빚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는 최근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에게 올해 판문점에서 북한 어린이 돕기 자선공연을 가질 예정임을 알려 왔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방한, 전북도와 테마공원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에게 미안했던 것은 96년 서울공연 때. 50개 사회단체가 그의 사생활 등을 문제삼아 공연반대운동을 펼쳤다. 반대운동은 미국의 강력한 인권단체가 『잭슨이 흑인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냐』고 다그쳐 오는 바람에 막판에 철회되었다. ◆결국 공연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도 그가 우리에게 계속 선의를 보여 오는 것이다. 우리 잠재의식에는 정말 그가 유색인 대중가수이기 때문에 얕보는 교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최근에 나온 책 「당신들이 그렇게 잘났어요?」도 우리를 아프게 한다. 독일유학 중 망명해 온 북한출신의 장영철씨가 닫힌 한국사회를 비판하는 책이다. 유학과 망명의 외로움, 이기적인 한국에서 뿌리내리기의 어려움 등을 그는 처절한 항변과 간절한 호소로 증언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시대가 되자 세계경제계 인사들의 방한이 잇달고 있다. ◆경제에 실패한 국민이라고 이들에게 비굴할 것까지는 없지만, 우리는 이제 허세를 버리고 겸허하게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날짐승이 위기를 느낄 때 조용히 털갈이를 하듯, 우리도 새로운 가치관을 가다듬고 국제적 지평에 홀로 서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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