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수로 눈 멀었었다”/취약해진 경제구조 93년부터 방치경제위기사태에 대해 「우리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곤란하다」며 변명에 급급했던 재정경제원이 외환위기가 초래된 데 대해 처음으로 잘못을 인정했다.
강만수 재경원 차관 등 재경원 관계자들은 6일 「12인 비상경제대책위」회의에서 『반도체 특수 때문에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같다』고 정책판단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강차관 등은 이날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 비대위위원들에게 외환위기가 악화돼온 과정을 『직접적인 계기는 한보사태 였지만 반도체특수로 착시현상이 일어난 93년 사실상 외환위기가 시작됐다』고 보고 했다.
『반도체수출을 제외하면 경상수지나 수출구조가 엉망 이었는데도 정부를 포함한 경제주체들이 취약해져 가는 경제구조를 방치했다』는 자기반성도 뒤따랐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전·현직 경제팀의 오류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강차관은 한보사태 직후인 지난해 3월께부터 국제금융기구의 「롤 오버(채무상황유예)」가 급감해 외환위기가 본격화됐다』고 말해 정부가 환율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해 사태가 악화됐다는 점을 시인했다.
강차관 등은 외환위기가 가시화하면서 재경원이 단기적 환율방어에만 급급, 전략적 대응을 하지 못한 대목에 대해서도 책임을 인정했다.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건전성감독을 소홀히 한 점도 시인했다. 재경원 관계자는 『금융감독기관이 흩어져있어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데다 건전성감독과 불필요한 규제등을 혼동, 결과적으로 감독소홀을 가져왔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국민회의 장재식 김민석 의원은 『국회재경위에서 「환율정책의 실패」를 추궁하면 재경원이 이를 무시했고, 「환율과 수출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논리를 고집 했었다』며 『재경원측의 태도변화에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의원은 『재경원측이 「원화환율이 적절한 시점에 평가절하 됐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책임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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