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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 의욕 꺾는 ‘못말릴 외제병’/OEM 수출 도자기 역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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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 의욕 꺾는 ‘못말릴 외제병’/OEM 수출 도자기 역수입

입력
1998.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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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상표보다 몇배 비싸게 팔리고/디자인·품질 더좋은 가방제품이/미국제 ‘이스트팩’에 시장 빼앗겨『막연히 애국심에 호소하는 게 아닙니다. 합리적으로만 구매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외국산 제품에 비해 품질 손색없고, 가격은 싼데도 구박을 당하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국내 최대의 도자기 업체인 한국도자기 김무성 영업부장은 『명색이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우리 회사가 이러니 다른 중소업체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국내 도자기류 시장 규모는 대략 3,500억원대. 이중 대략 700억원에 이르는 시장을 고가 수입도자기들이 차지하고 있다.

『외국산 도자기 홈세트가 500만원선인데 반해, 우리 회사에서 생산하는 동급 제품은 40만원입니다. 다른 품목도 3∼5배 이상씩 값차이가 납니다. 품질 차이가 3∼5배 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우리 회사에서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수출한 도자기가 상표만 바꿔 달고 역수입되어 유명 백화점에서 버젓히 고가로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외제 브랜드병이지요』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일부 계층의 외제선호 장벽에 걸려 고전하고 있는 것은 도자기산업만이 아니다. 가전제품서부터 의류, 신발, 가방 등 선진국과 기술·품질 격차가 거의 없거나 일부 더 뛰어난 평가를 받는 제품들이 외제의 융단폭격에 고전하고 있다.

『우리것을 지킵시다』는 이미지 광고 시리즈로 일찍부터 외국산 제품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던 국제상사의 「프로스펙스」 브랜드. 프로스펙스는 국내시장 점유율 25%로, 「나이키」 「아디다스」 등 세계 각국의 톱브랜드가 진출해 있는 100여 국가 중 유일하게 자국 브랜드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품이다. 외제 브랜드를 들여와 파는 다른 업체들과는 달리 각국을 상대로 매출액의 5∼7%를 받는 브랜드 라이선싱 사업도 활발히 진행, 세계 10여개국에서 연간 100만달러 이상의 로열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 박영호 홍보부장은 『박빙의 1등일 뿐이고,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말한다.

박부장의 말은 공연한 엄살이 아니다. 국제상사가 자체 진행한 「스포츠화에 대한 국산·외산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남녀 중고생 중 69.4%가 「외제가 더 좋다」고 응답한데 반해, 「국산이 더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27.0%에 불과했다. 언제고 순위는 뒤집힐 수 있음을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화는 그래도 행복한 편입니다. 외제에 비해 가격, 디자인, 품질 등 모든 면에서 더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우리 가방제품이 이른바 「이스트팩 열풍」에 휘말려 맥을 못 출 때는 정말이지 울화통이 치밀었습니다. 물론 기업도 밤새워 기술개발하고, 수출을 위해 좀더 열심히 뛰어야 겠지만 제집 안방에서 구박받는다는 생각이 들면 힘이 빠질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황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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