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재종 ‘앞강도…’/차창룡 ‘미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재종 ‘앞강도…’/차창룡 ‘미리…’

입력
1998.01.07 00:00
0 0

◎황폐해가는 자연과 도시 그럼에도 시는 살아있다시인들은 대개 높아지거나, 순수해지려 한다. 그들이 보기에 도대체 곤고한 삶과 세상에 대해 그들은 시라는 무기를 가지고 대항하며 고결함과 순수함을 지키려 한다. 힘들지만 그 싸움을 지속시키는 것은 그들만의 서정이다.

고재종(41) 시인의 시집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문학동네 발행)과 차창룡(32) 시인의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민음사 발행)는 각각 황폐해져만 가는 우리의 자연과 도시를 지키려는 힘든 싸움의 기록이다.

「… 저토록 파리한 줄기 사이로/ 저토록 환한 꽃을 밀어올리다니!// 거기 문득 네가 오롯함으로/ 세상 하나가 엄정해지는 시간// 네 서늘한 기운을 느낀 죄로/ 나는 조금만 더 높아야겠다」(「수선화, 그 환한 자리」 부분). 고씨는 피어나는 수선화를 보며 파리하기만 한 세상살이의 모습을 견디려는 의지를 다진다. 고씨는 언제나 우리 농촌 풍경과 자연에서 전통적 운율의 품격을 지닌 시를 건져올린다. 수선화라는 작은 생명의 피어남을 보며 자신의 삶을 「조금만 더 높아야겠다」고 다짐하며, 거기에서 스스로의 길을 열어 노래한다.고씨는 지난해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95년 첫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차창룡씨는 이번 두번째 시집에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황폐함과 그에 대비되는 작은 사물의 아름다움을 함께 노래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들은 아름다움을 찾지 않고 재미를 찾게 되었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아름다움을 버렸고/ 재미가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재미를 알아버렸다/ 재미란 참 이상하다 가장 두려워하는 일을 해버리는 것/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모든 음탕한 행위들을 바라보는 것 실행하는 것」(「둘기들의 서울4」부분). 이렇게 모든 것을 「재미」에 건 도시의 삶을 질타하는 차씨는 「이슬을 만나」 스스로를 순결케 한다. 「햇빛을 담뿍 머금은 이슬/ 햇빛 떨어질까봐/ 입술을 꼭 다문 이슬// 이슬 떨어질까 봐/ 발소리 죽이며 이슬로 가네// 이슬 알아차리고/ 떠나버릴까/ 숨소리 죽이고 이슬로 가네// 이슬/ 어느새 알아차리고 이슬로 사라지네/ 태어나지 못한 아이의 눈빛/ 이슬이었네」(「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오늘은 이슬을 만나」전문). 수선화와 이슬, 작은 자연이야말로 시인들의 힘인 듯하다.<하종오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