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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처럼 번지는 국산품 사랑/커피·양담배 대신 국산차·국산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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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처럼 번지는 국산품 사랑/커피·양담배 대신 국산차·국산담배

입력
1998.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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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화장품은 매출 최고 50% 감소/외국계 외식업체들은 아예 한파/국가부도의 위기극복을 위해 온국민이 다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찾고 있다IMF체제 이후 국민 소비생활상이 크게 달라졌다. 국가부도에 대한 위기감이 국산품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면서 외제품은 거의 예외없이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백화점의 썰렁한 외제품 매장과는 대조적으로 붐비는 국산 할인매장. 수입화장품 코너의 매출은 절반 가까이 떨어지고 모피매장도 파리를 날리고 있다. 외국 외식업체들도 때아닌 한파를 맞았다. 커피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국산차가 인기를 얻고 외산 학생용 가방을 누르고 국산 가방이 떠오르고 있다. 백화점, 할인점, 시장마다 외제품에 눌려 숨죽이고 있던 국산품이 속속 고개를 내밀고 있다.

국산품 애용 바람은 학생, 주부, 회사원을 가리지 않고 전계층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대학생 유정재(20)씨. 『미제 가방 대신 학교 로고가 찍힌 국산가방을 샀어요. 경제가 위기상황인데 외제를 쓸 수 있나요. 주위에서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아 친구들도 요즘은 미제 가방을 메고 다니기가 쑥스럽대요』 평소 아이들과 패스트푸드점을 자주 찾았다는 주부 박모씨(33). 『심각한 외화난을 생각해 로열티가 지불되는 햄버거 대신 아이들에게 떡볶이와 순대를 사다 주었어요』 회사원 김모(29)씨도 『전에는 별 거부감 없이 외국 양주나 맥주를 마셨지만 요즘은 국산만 골라 주문한다』고 말했다.

「양담배 안피우기 운동」도 호응을 얻고 있다.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양담배 소비량이 지난해 12월초부터 40∼50%가량 급감했다. 국내점유율이 가장 높은 말보로는 지난해 11월까지 3,000여만갑 이상 팔렸으나 12월 들어 평균 40%가 줄어 들었고 일제 마일드세븐도 50%이상 판매량이 감소했다. 각 직장과 가정에서는 「커피 안마시기」 운동까지 일어 녹차 현미차 등 전통차 소비량이 30%나 증가했다.

경실련 등 22개 시민단체는 경제살리기 범국민운동을 결성, 우리상표 애용과 과소비 자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시작했다. 과소비추방 범국민운동본부도 외제선호 및 호화사치 추방, 해외여행 자제 운동을 벌였고 각종 사회·지역 단체들도 국산품 애용과 외화모으기에 동참했다.

PC통신에는 『국산품 애용은 네티즌이 먼저 나서자』는 신물산장려운동 호소문이 뜨고 외제사치품과 수입업체 현황을 공개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각 대학도 외국산 실험용 기자재와 외국서적 구매시기를 늦추고 어학연수와 배낭여행도 자제하고 있다. 해외동포들까지 한국상품 애용과 외화송금 운동에 동참했다.

전국적인 국산품 애용운동으로 수입품 매장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호화수입품에 대한 여론의 눈총이 따가와 진 데다 환율급등으로 가격까지 올라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졌기 때문. 수입품만 취급해온 강남 G백화점은 「과소비의 온상」이란 비난과 함께 매출이 20%나 감소했다. S백화점 수입품 코너도 매출이 30%나 급락했고 N백화점 수입전자제품은 매출이 전년대비 10%선에도 못미치고 있다. 의류, 가전, 양주 등 강남의 수입품 전문매장도 폐업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랑콤 샤넬 시세이도 등 외제 화장품 매장은 매출이 30∼50% 줄어든 반면 국산 화장품은 매출이 2배 가까이 급등, 오랜만에 기지개를 펴고 있다. 날개돋친 듯 팔리던 미국과 독일산 압력솥과 조리기구, 냉장고도 국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대학생은 물론 초·중·고교생에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이스트팩 가방도 매출이 30%나 뚝 떨어졌다. 대신 프로스펙스의 「지킴이가방」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

해외여행 자제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단체 해외관광상품 판매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외국 외식업체나 패스트푸드점들도 때아닌 한파에 울상짓고 있다. 외제 수입품을 통신판매하던 신용카드사들이 시민단체들의 불매운동에 혼쭐이 났고 값비싼 수입 건자재로 신축공사를 벌였던 공공기관도 거센 비난에 부딪혔다.

국산품 애용운동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국내수입액(117억달러)은 10월에 비해 8억달러나 줄었고 96년 11월에 비하면 11.7%나 감소했다.

국산품 애용운동의 불길은 앞으로 더 확산될 전망이다.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인 운동 의지를 보이는 데다 국민들의 호응도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산품 애용운동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최현자교수는 『개인의 소비는 사회성을 가지고 있어 타인의 소비생활과 국가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며 『따라서 어려울 수록 과소비를 자제하고 국산품을 사용하는 공동체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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