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실화가 가속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의 절반이상이 정크본드(투기·위험채권) 평가를 받았다. 또 회사채 발행업체의 95%, CP발행기업의 65%가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추락한 것으로 집계됐다.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정보가 6일 발표한 「장단기 신용등급 조정결과」에 따르면 12월 결산 376개 업체중 CP신용등급(단기신용도)이 떨어진 업체는 전체의 64.6%인 243개에 달했다. 반면 신용도가 개선된 업체는 AIDS중간치료제를 개발, 매출과 순익이 크게 늘어난 삼천리제약 한 곳 뿐이었다.
이에 따라 A1 A2 A3 B C등 5개 신용등급 가운데 투자적격채권인 A3이상을 받은 업체는 종전 211개(56.1%)에서 144개(38.9%)로 줄어든 반면 정크본드 수준인 B C등급을 받은 기업은 165개(43.9%)에서 226개(61.1%)로 늘어났다. 전체 기업의 6할이상이 「투자부적격」판정을 받은 셈이다.
특히 중소기업 CP는 정크본드 판정비율이 24.5%에서 29.7%로 소폭 증가에 그친 반면 대기업은 19.4%에서 31.4%로 높아져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부실화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평가에서 43개의 대기업과 39개 상장사가 정크본드로 곤두박질쳤으며 10대 재벌에 속하는 상당수 계열사들도 정크본드 평가를 받았다.
한편 장기신용등급(무보증 회사채)의 추락은 단기등급보다 더욱 심각해 전체 93개 평가대상기업의 무려 94.6%가 무더기로 신용이 떨어졌다. 이중 지금까지 투자적격등급에 속했던 22개 업체가 정크본드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정크본드 업체수도 종전 12개(12.9%)에서 전체 기업의 34.6%인 34개로 늘어났다. 투자적격등급을 받은 기업중에서는 오직 포철(AAA)만이 종전 등급을 유지했다.
이번 등급조정에서 같은 기업이라도 장기신용도가 단기신용도보다 훨씬 낮게 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의 장래가 현재보다 훨씬 비관적임을 뜻한다. 따라서 기업들의 신용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장단기 채권시장을 열어도 해외자본의 본격적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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