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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따 러시아’/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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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따 러시아’/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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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상대하는 러시아인들로 부터 자주 듣는 말중에 「에따 러시아」라는 게 있다. 「이게 러시아」라는 뜻이다.이 말은 생활에서 겪는 러시아 체제의 불합리, 경직성, 부패구조, 후진성 등을 지적할 때 주로 듣게 된다. 어제 내린 정책결정이 오늘 갑자기 뒤바뀔 때, 뒷돈없이는 관공서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불평할 때, 행정·사법처리 과정에서 외국인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분통을 터뜨릴 때, 그들은 「에따 러시아」라고 말한다. 그게 러시아이니 참고 지내든가 떠나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외국인들이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은 러시아만이 갖고 있는 숱한 매력때문이다. 러시아(구소련)는 세계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천연가스를 비롯, 원유와 석탄 우라늄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철광석과 니켈 산림 어류 등 자연자원이 널려 있다. 노다지 꿈을 캘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폭발적인 소비재 시장이다. 판매이윤도 다른 시장에 비해 월등히 나은 편이다. 한국의 가전 3사도 러시아 진출 초기에 구모델의 재고품까지 제값을 받고 팔아치웠다고 한다. 러시아의 대외교역량(96년)은 1,300억달러 수준이지만 해가 갈수록 늘어나 전망도 괜찮다. 또 우주항공과 원자력, 군수분야의 첨단기술을 어떤 선진국보다 싼값으로 배우거나 빼낼 수 있는 곳이다. 외국인이 러시아로 몰려오는 것은 당연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시대에 접어든 요즘 러시아를 다시 보게 된다. 러시아는 달러와 루블간의 「경제전쟁」에서 진 패전국이지만 아직도 IMF와 밀고 당기는 협상력을 유지하고 있다. 단 한차례 「흔들기」에 백기를 든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러시아를 3류국가로 본 우리의 「허세」가 부끄럽기만 하다.

새해 우리의 최대과제는 위기탈출로 국가자존심을 되찾는 일이다. 그렇게하려면 러시아인들에게 「에따 카레야」(이게 한국)가 아니라 「에따 노바야 카레야(이게 새 한국)」라고 말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마음자세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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