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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소로스의 방한의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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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소로스의 방한의미(사설)

입력
1998.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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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투자가 조지 소로스가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를 만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에 의욕을 표명한 것은 우선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일 만하다.지금처럼 외환사정이 급박한 때 소로스같이 세계적 명성과 영향력이 있는 자본가가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금융시장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외국자본의 유입에 상당한 자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행위의 근본이 국민을 빈곤에서 구해 내 기름지게 하는데 있다면 정치를 잘못해 경제를 파탄에 빠뜨리는 것은 죄악이다. 그러므로 국제적 지원은 학정을 일삼는 독재자가 아닌, 인도적 통치철학을 가진 민주적 지도자에게만 주어져야 옳다는 것이 소로스의 이념이다.

공산권 붕괴후 그가 동유럽 민주화과정과 러시아 민주정부에 막대한 투자와 기부를 해 온 것도 그런 이념에 연유한다. 그것은 나아가 국민의 굶주림을 방치하는 독재정부는 멸망하게 해야 한다는 징벌적 경제논리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동남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그의 자금철수 배경에는 이같은 정치적 의미가 내포돼 있을지 모른다.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는 바로 그 점을 들어 그가 내정간섭적 투자행위와 경제침략을 일삼는 신식민주의 투기꾼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소로스가 민주정부에 호의적인 것은 사실이고, 그의 이번 방한도 김당선자의 민주화투쟁경력과 서민대중을 위한 관심에 공감한 데서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전후사정이 그러하다면 그의 방한을 놓고 마하티르처럼 굳이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할 것은 없다고 본다.

같은 조건이라면 인권이 존중되는 민주정부를 지원하는 것이 명분도 있고, 그런 정부가 위기를 탈출하도록 돕는 일이야말로 그의 박애주의철학과도 상통하는 보람된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유의해 둘 것은 그가 우리 금융시장에 투자하게 될 경우, 그것은 철두철미 이윤추구적 자본논리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가 한국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또는 원화를 사들인다면 단기간에 큰 이익이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소로스와 같은 국제금융자본을 끌어들이려면 그만한 매력이 있는 투자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가 김당선자를 만나 부실금융기관정리와 재벌구조 개혁을 재촉한 것은 당연한 요구로 봐야 한다. 그것을 분수를 넘는 간섭행위로 보고 거부감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

시장자본주의가 정치도의적 개념이나 개인의 친소관계와 혼동돼서는 안된다. 동정적인 투자는 냉정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국제자본시장에서 성립될 일도 아니고, 기대할 일도 아니다. 그것은 실효가 없을 뿐 아니라 정치적 선의와 경제적 지원의미를 양쪽 다 망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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