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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분담의 ‘앞’과 ‘뒤’/한기봉 특집기획국 편집위원(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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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분담의 ‘앞’과 ‘뒤’/한기봉 특집기획국 편집위원(앞과 뒤)

입력
1998.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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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이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고 다녀 빈축을 사고 있다는 TV 뉴스를 최근 본 적이 있다. 소형 국산차로 바꿨다는 한 연예인이 나와 『IMF시대에 국민의 고통분담에 동참하고자』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가 외제차를 팔았는 지, 아니면 국산차를 한 대 더 샀는 지는 모를 일이지만. 외제 승용차에 막 오르려는 다른 연예인. 카메라를 들이대자 『차를 일부러 바꾸는 것도 낭비가 아니냐』고 항변했다. 그렇지만 마치 죄인이나 된 듯 손으로 얼굴을 황망히 가리고 달아났다.비슷한 사례. 호텔 나이트클럽에 카메라가 출동했다. 양주가 한 병에 얼만데 하며 목청을 높인다. 이 곳에 온 젊은이들은 갑자기 사리분별도, 애국심도 없는 반사회적 인물로 격하된다.

골프장이나 룸살롱에 출입하는 사람, 외제 옷을 사입는 사람 두들겨 맞기는 모두 마찬가지다. 주차장의 고급승용차들이 이유없이 수난을 당한다고 한다. 모피옷을 사고는 눈치 때문에 고급포장 대신 백화점 쇼핑백에 담아 간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다. 그러나 이런 식의 여론몰이는 건강한 비판이 아니라고 본다. 마치 원죄가 「있는 자」들에게 있는 것처럼 본질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는다 해서 마구잡이로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시류에 영합한 유치한 인민재판이요, 또 다른 차원의 위화감 조성이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이를 정치적, 사회적 또는 개인적으로 악용하려는 불순한 의도의 세력이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진정한 고통분담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무조건 술과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아닐 것이다.

자기 분수에 맞게 근검하고 자신의 양심에 따라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있는 자가 쓰고 풀어야 없는 자도 먹고 산다는 측면도 있다. 사회적으로 가치기준을 획일화하고 이에 맞추도록 강요하거나 매도하는 것은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도, 지혜도 아니다. 국산품을 사 쓴다 해서 하루아침에 애국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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