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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들통난 ‘대만인 일인행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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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들통난 ‘대만인 일인행세’

입력
1998.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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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이유 고국 냉대에 46년 일 건너와 위장생활/경찰조사서 인생유전 탄로50년 가까이 일본인 행세를 하며 살아온 한 대만 남자(69)의 정체가 뒤늦게 일본경찰에 의해 밝혀져 화제다.

이 남자는 1944년 대만에서 실시된 일본 육군특별간부후보생 시험에 합격, 일본 국내의 보급기지에서 근무했다.

그는 일본 패전후 제대해 고국으로 돌아갔으나 동네사람들로부터 「친일파」로 낙인 찍혀 폭력을 당하는등 심한 냉대를 받았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46년 다시 일본으로 건너온 그는 날품팔이를 하며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로부터 당시 일본 국민에게 지급됐던 「미곡통장」을 사들이며 본격적인 일본인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일본 여자와 결혼해 아이도 가졌다.

그는 처와 아이들에게도 감쪽같이 일본인 행세를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모국을 영원히 잃고 싶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외국인등록을 갱신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다. 주민세도 일본인 명의와 대만인 명의등 이중으로 물어야 했다.

94년 거지생활을 해오던 미곡통장의 진짜 주인이 길에서 쓰러져 당국의 조사를 받던 과정에서 그의 정체가 드러났다. 일본경찰은 이 남자가 대만의 스파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극비조사에 나섰다.

조사결과 그의 기구한 인생유전이 밝혀지자 경찰도 동정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역사의 희생자라는 것이다. 경찰은 일본인 명의의 운전면허증을 사용한 점에 대해서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사건을 서류송치하는 관대함을 보였다.

그는 『처가 쇼크를 받아 말도 안하고 있다』며 『그러나 큰 짐이었던 비밀이 밝혀져 시원하기도 하다』고 말했다.<도쿄=김철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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