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학원수강을 제외한 모든 과외의 금지를 검토키로 함에 따라 과외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선거운동기간에 과외금지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므로 인수위의 발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서민가계와 국가경제에 막대한 부담이 되는 사교육비문제는 보다 합리적이고 진전된 대책을 수립해 꾸준히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초등학교 영어조기교육과 위성과외의 폐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실시된 초등학교 영어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많다. 우선 준비과정이 너무 짧아 교재가 부실하고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4가지 기능에 대한 총체적 교육이 미흡한데다 교사들의 자질문제까지 겹쳐 실효가 없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또 과외가 만연되고 어린 학생들의 탈법 해외유학을 조장, 막대한 외화가 유출되는 것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위성과외의 경우 단기 과외대책의 하나로 지난해 8월25일부터 시작됐지만 실시 전부터 논란이 계속돼 왔다. 과외로 과외를 막으려는 비교육적 조치라는 점 때문에 위성과외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 두 가지를 폐지한다면 실시한지 1년도 안돼 중요한 교육정책이 대폭 바뀌게 되는 셈이다. 중대한 결함과 부작용이 있다면 실시기간에 관계없이 바꿔야 하겠지만 그런 중대한 변혁은 국민적 합의를 거치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경우 과외차원의 문제로 볼 것인가, 외국어교육차원에서 볼 것인가에 따라 논의는 달라질 수 있다. 더욱이 제7차 교육과정개정안에 따르면 영어교육의 질적 개선을 꾀하면서 2001년부터 중학교에서 제2외국어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교육과정과 과외대책의 연계가 필요한 것이다. 단속차원이라면 이미 지난해부터 3학년을 대상으로 과외가 금지됐고 올해부터 3·4학년, 2000년부터는 3∼6년생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문제는 금지조치가 지켜지지 않는 것이지 금지대책이 없는 것이 아니다.
위성과외도 이를 폐지할 경우 학원과외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과 지방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 98학년도 대입수능시험이 과외가 필요없을 만큼 쉽게 출제됨에 따라 위성과외는 과외기능보다 학습보충기능을 갖게 됐다. 등록만 하면 과외교습을 허용한다는 방침도 음성적인 비밀 고액과외를 제외한 과외교습을 양성화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과외대책은 무리가 없어야 한다. 교육개혁위원회가 지난해 4차 교육개혁안을 마련할 때에도 현재 논의중인 과외교습 양성화등을 검토했다가 결론을 내리지 못했을 만큼 과외문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보다 광범하게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 공을 서둘러 즉각 가시적 효과가 날 것같은 정책에 집착하지 말고 공교육을 개선하고 강화함으로써 과외수요를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는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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