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장 정당공천 배제” 목소리/정치입지 저울질따라 철새처럼 당적바꿔 자치행정에 상처/“초기 시행착오 불가피” 일부선 현행유지 주장지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드러난 민선단체장들의 행태는 유권자들을 어지럽게 했다. 정당간 통합에 따른 당적 변경외에도 정치적 입지를 저울질해 말을 바꿔 탄 단체장이 줄을 이었다. 주병덕 충북지사가 자민련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변신하더니 대선직전 한나라당에 들어갔고,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무소속 문희갑 시장을 필두로 구청장등이 잇따라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경남지역 무소속 단체장 5명은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강원도에선 최각규 지사와 시장 군수들이, 경기도에서도 오성수 성남시장등 기초단체장들이 줄줄이 한나라당 입당러시를 이뤘다.
95년 지방선거 당시 정당별 단체장은 민주당 88명, 민자당 75명, 자민련 27명, 무소속 55명이었다. 이런 구도는 취임초부터 『야당출신 단체장으로써의 한계와 원활한 지역개발을 위해서…』라는 명분과 정당간 이합집산으로 무너졌다. 지난해말 단체장의 당적은 한나라당 120명, 국민회의 72명, 자민련 26명, 국민신당 1명, 무소속 16명으로 재정렬했다.
이합집산하는 단체장들의 모습은 철새떼를 방불케 했다. 중심을 잡고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야 할 단체장들이 대선태풍을 틈타 지방자치의 본질을 일그러뜨렸다는 비판이 일었다. 국내 특유의 정당구조에 지방자치가 휘말려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5월 지방선거에서는 최소한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참여연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기초단체장의 76.7%가 정당공천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공천이 민선단체장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정치적 독립을 가로막는다는 이유가 주를 이루었다. 한나라당도 대선공약으로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충남도 이명수 정책실장은 『정당구조 자체가 선진화하지 못한 현실에서 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은 많은 부작용을 빚고 있다』며 『행정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지방선거에 정당이 참여해온 유럽에서조차 최근 무소속으로 전환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역시 단체장의 90%가 무소속이다. 단체장들이 행정에 걸림돌이 되는 정당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무소속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개선될 기미가 적어 보인다. 촉박한 선거일정에 비추어 여야간에 의견대립이 첨예하기 때문이다. 국민회의는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를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정당정치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밀고 나가겠다는 자세다. 국민회의 대전시지부 노영배 총무국장은 『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없앤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못박았다.
한국행정학회도 지난해 12월초 정부의 지방자치법 개정안 추진과 관련해 발표한 의견서에서 정당공천제 유지를 지지했다.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육동일 교수는 『현실적으로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며 『정당의 민주화를 전제로 시작한 정당공천제를 정착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1세기의 길목에서 지방자치의 자율성과 중앙·지방간의 균형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모범답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최정복 기자>최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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