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많은 의정’ 의원수 줄여라/전문성없는 토호들 득세/민의대변·감시기능 소홀/이권다툼으로 허송/주민들도 5월선거때 능력갖춘 의원뽑아야지방자치제도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지방의회가 제자리를 찾아야한다. 현재와 같이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감시·견제하기보다 형식적인 통과의례 수준에 머무는한 구태의연한 낭비와 비효율을 가중시킬 뿐이다.
지방의회는 91년 첫 출발을 한후 7년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도 지방의원들에 대한 주민들의 시각은 존경심과는 거리가 멀다. 자질론 시비 등 잡음이 출범초기보다는 다소 수그러들긴 했으나 지역주민을 위한 활동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쫓는데 급급한 듯한 의정활동이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방 토호세력이 상당수 진출한 지방의회는 자연히 이들의 이권다툼으로 바람잘 날이 없고 단체장과의 힘겨루기, 잦은 관광성 외유,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동 등이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일부 지방의회에서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지방선거 연기론도 의원들의 단견을 보여주는 한가지 예가 아닐 수 없다. 국가경제위기를 맞아 많은 비용이 드는 선거를 1년정도 연기하자는 주장이 얼핏 타당성이 있어보이지만 캐고 보면 자신들의 임기를 연장하자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돈안드는 선거, 깨끗한 선거풍토를 정착시키기 위해 대안을 마련하기는 커녕 돈 뿌리고 당선된 꿀단지를 계속 끌어안고 있겠다는 속셈이 아니겠는가.
여기에다 지방의원들의 전문성 부족은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본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주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이는 또다시 의원불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방의회가 이같은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고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우선 기초·광역의원의 수를 대폭 줄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동별로 1명을 뽑고 있는 기초의원은 그 수가 지나치게 많고 대표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지역의 경우 총 151개동가운데 칠곡3동은 인구가 4만2,000여명인데 반해 동구 평광동은 743명에 불과,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광역단체의 구·군의회 폐지론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시 및 지역개발행정의 광역화로 광역시와 구청간의 업무경계가 없는 현실에 비춰 구의회가 업무중복에 따른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구시내 한 구의원은 최근 기초의회 무용론을 제기하며 폐지를 공식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의원들의 의정활동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보수 명예직에서 유급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선진국에서도 의원수가 많은 나라는 무보수 명예직인 반면 유급제를 채택하는 곳은 지방의원을 소수정예화하고 있다. 유급제 전환은 지역 토호세력 등 상공인중심으로 구성된 의원분포를 개선하고 전문성을 향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경북대 윤용희(정치학) 교수는 『지방의원들의 전문화와 의정활동에 전념토록 하기 위해서는 유급제가 필요하나 국민들의 정서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광역시만을 두고 볼때 기초·광역을 통합, 전체 의원수를 대폭 줄일 경우 지금의 기초의회 운영비만으로도 유급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앙정치 무대와의 통로역할에 급급한 정당공천제도 이 기회에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동안 지방의회가 정파에 따라 야합하거나 당리당략에 얽매여 파행운영된 경우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의회가 제 위상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의식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지역발전연구재단 최외출(영남대 교수) 원장은 『지방의회의 성공 열쇠는 제도 자체에 대한 수술도 시급하지만 주민들이 얼마나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양식있는 의원을 뽑고 감시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지금과 같이 지연과 학연 등에 얽매이거나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한 지방의회가 위상을 찾기는 요원하다』고 말했다.<유명상 기자>유명상>
◎지방의회 이렇게 개선을…/“현 의원수 50% 감축해야”/“무보수명예직 대신/유급직으로 전환/전문성강화 시급”/부산참여자치연합 문명학씨
시민단체에서는 지방의원의 수를 절반으로 과감하게 줄이고 지방의회의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조직체계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합 사무국장 문명학(32)씨는 『광역시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구당 3명의 시의원을 두도록 규정돼 국회의원 선거가 분구되면 시의원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며 『현행 의원수를 50%는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씨는 『기초의원도 읍면동별로 선출돼 주민들을 대표하고 있으나 기능과 역할에 비해 수가 지나치게 많다』며 축소 또는 개편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도와 시군구, 읍면동 등 3단계로 돼 있는 지방행정구조에서 읍면동이 폐지되고 시군구가 세분화해 2단계로 축소될 경우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해온 것으로 지적된 기초의회도 정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원수를 대폭 줄이되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상징조항을 폐지해 지방의원을 유급직으로 전환, 처우개선과 함께 전문성을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시민감사청구제와 주민소환제 등을 도입해 시민들의 참여기회를 확대해야 진정한 자치를 성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씨는 또 『의회사무처 직원들을 자치단체장이 임명토록 돼 있는 현행 제도에서는 자치단체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본연의 역할이 제한받을 소지가 많다』며 『사무처직원의 임명권을 의회로 이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10명 이내의 미니의회가 구성된 군지역에서는 기초의원의 수를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일괄적인 감축보다 지방의회의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7∼8명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제기되고 있다.<김종흥 기자>김종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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