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국에 온지 10년이 된다. 한국에 살면서 처음 5년동안은 한국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유행가도 듣고 드라마도 보고 한국사람이 행동하는 것과 똑같이 행동했다. 스스로 완전한 한국인이 되려고 애쓴 것은 어머니가 재일한국인 2세라 한국을 좋아했던 이유도 있지만 「일본인이다」 「한국말을 못한다」는 말을 듣는 것을 아주 싫어했기 때문이다.고생한 끝에 이제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내가 일본출신 귀화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다. 누가 길을 물으면 자신있게 가르쳐 준다. 지금은 일본말을 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다. 가끔 일본인과 이야기할 기회도 있지만 한국말이 먼저 나오고 내 마음을 일본말 보다는 한국말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그만큼 내 몸과 마음은 한국인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한국인이 되고 법적으로도 한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국인으로 사는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일본 노래가 듣고 싶고 일본 TV가 보고 싶고 일본에 가서 여기저기 다니고 싶어졌다. 일본이 너무나 그리웠다. 그것은 내가 아무리 한국인이 되고 싶어하고 내 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어도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완전한 한국인으로 받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는 한국인이 4세까지 살고 있다. 그들은 거의 한국말을 못한다. 한국인 2세인 내 어머니도 한국말을 못한다. 집에서 한국말을 쓰지도 않고 배우려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몇년전까지만해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바로 소문이 나 차별을 받았다. 때문에 한국인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일본에서 차별대우를 받아온 재일한국인들이 한국에서도 또 다른 「차별」을 받는 것이다.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을 배우려고 한국에 건너온 재일동포들은 한국땅에서도 외국인 취급을 받는다. 「한국사람인데 왜 한국말을 못하냐」 「한국도 있는데 왜 일본에서 사느냐」는 추궁을 받고 어떤 때는 심한 욕까지 듣는다.
결국 한국에 와서도 한국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마음에 상처만 받은채 일본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한국에 친척이 있어도 전혀 위로를 받지 못한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것도 소용이 없다. 그들을 위로해주는 것은 결국 태어나서 자란 일본뿐이다. 일본에서 일본노래를 듣고 일본 친구와 만나 일본말로 이야기를 하고 일본인처럼 행동하는 것이 자신에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어린시절 오빠가 자기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것을 알고 「나는 일본인이다」라고 하면서 한국을 싫어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나도 오빠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일본에는 오랫동안 간직해 온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귀화하는 교포들이 늘고 있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인 대접을 받지 못할 바에야 아예 일본사람으로 사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재일 한국인들이 한국땅에서나마 마음 편히 살 수 있을까?<무용가 일본출신 귀화인>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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