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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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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8.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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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떡국을 끓일 때는 쇠고기나 닭고기를 넣어 맛을 낸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 가정에서는 비싼 쇠고기 대신 닭고기로 떡국을 많이 끓여 먹었다. 아이들은 집에서 닭 잡는 모습을 힐끗힐끗 보며 무서워 눈을 감곤 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닭모가지 비트는 것을 보이기가 싫어 날개밑에 두손을 넣고 숨통을 죄어 잡기도 했다. 그런 정경에 비하면 지금 홍콩에서 칼로 닭목을 쳐 죽이는 광경은 참혹하다. 지난해 12월29일부터 3∼4일간 무려 1백40만마리를 목을 치거나 가스로 죽였다. 떡국을 끓여먹기 위한 것이 아니고 A(H5N1)라는 조류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집단으로 폐살시킨 것이다. ◆지난해 5월 홍콩의 한 어린이가 닭에서 감염된 것으로 알려진 조류독감에 걸려 죽은 후 잇따라 적어도 5명이 사망했다. 지금까지의 홍콩감기와는 차원이 다른 지독한 고열을 동반한 이 신종독감이 만연될 기미를 보이자 홍콩당국은 중국본토에서 들여오는 일일 7만5천마리의 닭수입을 중단시키는 한편 홍콩의 닭 오리 비둘기 메추라기등을 모두 폐살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96년 3월 영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으로 수백만 마리의 소를 폐살시켰던 것과 흡사한 경우다. 홍콩조류독감의 정체는 아직 과학적으로 정확히 규명되고 있지 않다. 닭을 모두 폐살시킨 후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다. ◆이런 재앙이 혹시 인간의 오만 때문은 아닐까. 소 닭 돼지 심지어 개같은 동물들을 고구마나 감자같이 좁은 공간에서 대량생산해 내는 몰생명체인식이 신의 저주를 받은 것은 아닐까. 생명체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야겠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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