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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판결은 헌소대상 아니다/서정우·변호사(전문가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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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판결은 헌소대상 아니다/서정우·변호사(전문가진단)

입력
1998.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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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헌법체계상 헌재와 법원 독립지위 법원판결 취소결정은 권한 밖의 위헌적 조치”헌법재판소는 최근 대법원의 판결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 이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우리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위헌적인 결정이라 생각된다. 어떤 사람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더 충실할 수 있고, 독일에서도 그와 같이 하고 있음을 들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무엇이 바람직한 제도인가」만을 고려하여 결정할 것이 아니다. 각 나라의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분배에 관한 올바른 해석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헌법과 법률에서는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법원과는 별도의 헌법기관이 아니라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 중 최고법원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법원의 재판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헌법체계는 전혀 다르다. 우리 헌법은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별도의 장에서 규정하면서 사법권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속한다(제101조)고 선언하는 한편, 법률의 위헌심판 및 헌법소원심판 등은 헌법재판소의 관장사항(제111조)으로 하여 양 기관이 독립적인 지위에서 각자의 권한을 행사토록 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의 규정에 비추어보면 이번의 헌법재판소 결정에는 문제가 있다. 헌법은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을 헌법재판소의 관장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인 법률이 위헌이면 위헌, 합헌이면 합헌이라고만 결정할 권한이 있을 뿐이지, 이렇게 해석하면 위헌이고 저렇게 해석하면 합헌이라는 식의 결정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한정위헌결정이 헌법재판제도를 두고 있는 모든 국가에서 행하여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한정위헌결정이 선고되지 않는다. 더욱이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판결을 취소해 버리는 사례는 독일을 제외하고는 찾기 어렵다.

본래 사법권이란 법률을 해석하여 재판을 하는 권한을 말하는데, 우리 헌법은 이 사법권을 법원에 맡기고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법률을 이렇게 또는 저렇게 해석하는 것은 사법권의 독립과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선언한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고, 헌법이 예상하지 아니한 4심제를 사실상 도입하는 결과가 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이와 같은 헌법상의 권한분배를 전제로 하여 국회가 이를 명문으로 밝힌 것이다. 나아가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는 우리 헌법의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결국 헌재가 법원의 판결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 이를 취소한 것은 권한없는 기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결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할 것이다.

헌법기관의 권한과 기능은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따라 정하여지는 것이지, 어느 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좌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을 심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명백히 위헌적인 조치이고, 국회의 입법권과 법원의 사법권을 침해한 것이다. 한편, 헌재의 권한행사는 절차적 측면에서도 정당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권한분배를 둘러싼 논의에서 한쪽 당사자인 헌법재판소가 스스로의 결정에 의하여 자신의 직무권한을 확대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누구도 자신과 관련된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언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에서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오랜 기간 대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확립된 투기거래자에 대한 과세정책을 근본부터 흔드는 결과가 되어 그 타당성이 의심스럽다. 단기간에 10억여원의 이익을 남겼고 더구나 그 과정에서 법을 어겨 벌금형까지 받은 사람이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게 된다면 일반국민들이 헌재의 결정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헌법재판소 제도를 존치할 것인가, 존치할 경우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고도의 헌법정책적 결단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문제이다.

헌법재판소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마다 그 내용을 달리하고 있듯이 「우리나라의 경우에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이냐」는 계속 심도있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행 헌법체계 하에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온당치 않은 것이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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