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낼돈 없으니…”/형량이 더 무거운 집행유예 선고 늘어『벌금형 대신 차라리 징역을 살게 해주십시오』
최근들어 중소기업을 경영하다 부도를 내고 법정에 선 피고인들 가운데 이같은 「엉뚱한」 호소를 하는 피고인들이 많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수백만원의 벌금도 내기 어려워 벌금형보다 무거운 실형을 원하는 것이다. 형량을 조금이라도 깎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이전과는 전혀 딴판이다. 법관들도 이들 피고인들의 사정을 감안해 벌금형보다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향인데 서울지법 12개 단독재판부는 재판부마다 일주일에 3∼4건씩 이같은 판결을 내고 있다.
서울지법 형사3단독 강현 판사는 2일 소규모 섬유공장을 운영하다 2천만원을 부도낸 곽모(46)피고인에 대해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죄를 적용,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강판사는 『피고인이 부도낸 액수를 감안하면 벌금 2백만원 정도의 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그러나 피고인이 벌금을 낼 돈이 없어 징역형을 간절히 원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가방제조공장을 운영하다 부도를 낸 뒤 동생 명의로 발행한 가계수표를 막지 못한 최모(44)피고인도 같은 사례. 지난달 16일 담당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4단독 박찬 판사는 벌금 3백만원을 선고하려다 『제발 징역형을 내려달라』는 피고인의 호소를 받아들여 징역 5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박판사는 3천8백만원을 부도내 불구속기소된 신모(53)피고인에게도 같은 이유로 벌금 4백만원 대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박판사는 『집행유예 기간에 또 다시 기소될 경우 실형을 면할 수 없는 위험부담이 있는데도 피고인들의 재정사정을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이영태 기자>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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