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1일 가나아트스페이스『나는 내 목판화가 그러하기를 바랐다. 달고 쓰고 맵고 떨떠름한 인생사의 온갖 맛을 시금털털하게 만드는 김치, 된장, 고추장 맛처럼 그저 그렇게 별나지 않게 오래도록 우리네 살림곁에 녹아 있는, 그런 판화를 하고 싶었다』
80년대 미술동인 「두렁」과 그림마당 민기획전 등에 참가, 질박하고 끈끈한 민중미술의 참맛을 판화로 표현해온 김봉준씨가 신작으로 개인전을 마련했다. 31일까지 부천LG갤러리(0323207857), 16일부터 31일까지 가나아트스페이스(027341020).
80년대 판화작가로는 이철수씨와 김씨가 대표적인데 이씨가 「선」을 주제로 한 판화작업에 몰두하면서 민중의 삶에서 한 걸음 비켜나 있다면, 김씨는 여전히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전도」하는 데 애정을 쏟고 있다. 그 전도의 무기는 우리 문화가 갖고 있는 「신명」, 난장을 더 질펀하게 만드는 흥이다.
선이 굵은 목판화와 붓그림을 주로 하고 있는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20점의 소재는 예의 해맞이 길놀이, 까치와 호랑이, 당산 굿, 룸비니 동산 같은 것들이다.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는 우리의 공동체 정신과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노력도 돋보인다. 해맞이 길놀이에 범을 탄 피리꾼과 상쇠가 등장함은 물론 롤러스케이트를 탄 아이와 양복입은 사람까지 등장하는 것은 이러한 공동체 문화가 오늘날에도 존재하고 있음을, 혹은 그러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상징이다.
길놀이 등 목판화 12점은 민음사가 낸 올해 달력에 수록된 것으로 판화대중화를 위해 15만원에 판매키로 했다. 작가는 77년부터 봉원사 금어스님에게 조선탱화와 민화를 배워왔는데 판화에는 민화가 주는 따뜻함과 전통의 무게가 함께 느껴진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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