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여건 개선안돼 낙관은 못해올해 주식시장이 지난해의 악몽을 씻고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3일 종합주가지수 상승폭은 9.18포인트. 지난해말 12월결산법인의 배당으로 종합주가지수가 7.46포인트나 깎인 상태에서 장이 시작된 점(배당락지수)을 감안하면 주가는 개장 첫날 16.64포인트가 뛰어오른 셈이다. 이는 개장 첫날 18.97포인트가 오른 93년 이후 상승폭이 가장 큰 것이다.
오름세로 첫선을 보인 올해 증시에도 「시작이 반」이라는 명제가 적용될 수 있을까. 「기」는 훌륭했지만, 「승전결」단계로 들어가면 찬반이 엇갈린다. 증시 안팎의 분위기와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반면 우리경제의 기본체질을 고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고통이 뒤따르고 증시는 그 흐름에 따라 춤을 출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주가가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은 엿보인다. 우선 증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다소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외국인투자한도가 50%까지 확대된 지난해 12월11일 3,25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이후 주식을 내다 파는 데만 열중해 와 주가하락을 촉발한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12월27일 45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매수우위로 돌아선 데 이어 3일에도 31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의 제한적인 「U턴」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외환위기가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국제적인 평가가 가장 큰 요인이며, 국내 금융기관들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을 맞추어야 하는 첫번째 관문을 통과한 점도 그들의 불안감을 지우는 데 한 몫을 했다. 기업인수·합병(M&A)의 본격화 가능성과 새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이들의 발걸음을 잡아당기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BIS기준 1차합격으로 주식투매를 멈추면서 주식매도액을 줄여 주가상승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유증권 김경신 이사는 『투자자들이 위기감에서 벗어나 투자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면서 『여건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는 않았지만 증시내부의 수급에 따라 한동안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수 있는 확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국내 은행에 대한 BIS 2차관문(3월말)이 남아 있어 또 한번의 자금회수에 따른 기업자금난과 연쇄부도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고, 환율과 금리가 여전히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IMF관리체제에서 불가피한 저성장과 긴축재정 역시 증시에는 악재임에 틀림없다. 증권전문가들은 이중에서도 환율이 요동칠 경우 외국인투자자들은 다시 자취를 감출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LG증권 황호영 투자전략팀장은 『주가상승은 주변여건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거품에 불과하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안정되고 국제신용도를 다시 높여 외국자금을 끌어들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실물경제가 나아져야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상승세를 점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멕시코의 경우, 증시가 회복되기 시작한 시점은 IMF구제금융을 받고 난 6개월이후 환율이 안정을 찾으면서 부터. 증권전문가들은 경제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멕시코보다는 훨씬 이른 시점에 증시의 부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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