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4,000여명 거리 나앉아/지난 11월말 실업자 60만명/환율 1,200원 가정해도/물가 이미 9.8% 인상요인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한파는 안방의 실내온도를 뚝 떨어뜨렸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감봉조치로 얇아진 지갑에 대한 불평도 일자리를 잃은 가장의 무거운 옷깃 앞에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IMF 체제 한 달이 지나는 동안 서민들의 생활은 얼마나 조여들었나.
◆몇 명 잘렸나. 통계청이 최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에만 12만2,000여명의 실업자가 새로 생겼다. 매일 4,000여명이 거리로 나앉은 셈이다. 10월말께 42만명이던 실업자가 한달새 60만명에 육박했다. 3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적용되는 실업급여 신청도 크게 늘어나 11월까지 4,500여명 내외이던 신청자 수가 12월에 6,000여명으로 뛰었다.
지난해 12월 실업자 발생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경제 상황에 비추어볼 때 더 많은 수가 해고 또는 도산으로 일자리를 잃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누그러질 기미가 없다. 민간경제연구소들도 비관적인 실업률 수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리해고 조기 도입의 움직임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에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 분명하다.
◆소비자 물가는 얼마나 뛰었나.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뛰어오른 물가만으로도 이미 가계부가 적자인 가정도 있을 것이다. 환율 급등으로 원유 등 원자재 수입가격이 뛰어올라 공산품과 서비스요금 등도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11월말 1ℓ 843원이던 휘발유는 이미 1ℓ 1,083원으로 30%가까이 뛰었다. 프로판가스는 20㎏ 1통에 1만2,000원에서 1만5,200원으로, 설탕은 3㎏ 1포에 2,700원에서 3,600원으로 올랐다. 밀가루는 아예 구하기도 힘들다.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공산품 값도 따라 올랐다. 화장지 라면 커피 등도 값이 뛰어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음식값, 목욕료, 학원비 등 개인서비스료도 12월 중순까지 0.25∼1.75% 가량 올랐다.
올해의 물가 전망도 서민들에게는 암울하기 짝이 없다. 외환이 불안하기 때문에 명확한 전망은 불가능하지만, 올해 상반기까지는 물가가 안정될 기미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물가는 0.7% 상승한다. 지난해의 환율 상승폭을 70%(환율 1,200원 가정)로 잡아도 9.8% 가량의 상승 요인이 있다는 뜻. 일반적으로 환율 인상이 물가에 반영되기까지 걸리는 시차는 3개월 가량임을 감안하면, 물가 점프 대행진은 이제 시작이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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