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계 한달 유예기간 준셈”/구조조정 이완땐 상황악화 경고국제통화기금(IMF)과 주요 선진국들이 지난해말 1백억달러의 긴급자금지원을 결정한 이후 국내은행들의 외채만기 연장률이 높아지면서 우려했던 「연말 국가부도위기」는 벗어났지만 아직도 외환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외환상황을 『국제금융계가 한국에 대해 한달간 유예기간을 준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모라토리엄(대외지급유예)을 피했다고 해서 정부·정치권의 구조조정의지가 이완된다면 상황은 전보다 훨씬 악화할 것이란 경고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3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개선되지 않고 ▲해외차입선들의 외채상환조정 및 자금지원이 난항을 겪고 있으며 ▲만기연장도 단기로 이뤄지고 있어 외환수급 불균형은 계속될 전망이다.<관련기사 3면>관련기사>
한은 당국자는 『외채상환 연장률이 연말 70%선까지 높아졌지만 신규차입라인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장되지 않는 외채는 시장에서 조달하거나 외환보유고로 지원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기연장률이 높아졌는데도 연말 환율이 오히려 상승한 것은 금융기관들이 연장되지 않은 외채상환자금을 시장에서 집중조달했기 때문이다.
이달중 만기가 돌아오는 우리나라의 단기외채규모는 약 1백5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단기외채 만기연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에서 모두 갚아줘야 하기 때문에 이달말 가용외환보유고는 약 60억∼70억달러(정부추정 1백50억달러)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시중은행 외환담당 간부는 『외채만기연장이 정상적 상황이라면 3∼6개월씩 이뤄져야 하나 지금은 짧게는 하루, 길어야 한달 단위』라며 『외환위기는 한달간 유예된 것이며 이 기간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는 소멸될 수도, 재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외환수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선진국 은행들의 외채만기조정 및 신규자금지원도 진척이 더뎌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진국은행들은 단기외채의 장기채권전환에는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한국여신이 많지 않은 미국의 특정은행이 이 프로그램을 주도하는데 대해 다른 대형은행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특히 유럽계 은행들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계 은행중에서도 소형은행들은 참여를 기피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선진국 은행들의 자금지원이 실행되더라도 S&P와 무디스 등 공인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공식상향조정하지 않는한 외국자본의 본격적 투자재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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