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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이 걱정이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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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이 걱정이다(사설)

입력
1998.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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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이 너무 불안하다. IMF한파로 움츠러든 국민들이 각종 범죄 때문에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 모두가 국가부도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만 신경을 쓰는 사이에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으나, 공적 감시·단속기능은 정권말기의 누수현상까지 겹쳐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졌다. 범죄예방은 고사하고 이미 발생한 범죄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만큼 치안행정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검찰과 경찰은 지난해 1월20일 교도소를 탈옥한 상해치사등 전과 5범의 무기수를 1년이 다 되도록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탈옥 11개월만에 겨우 탈옥수의 소재를 파악하고도 특진의 욕심 때문에 미숙하게 체포작전을 벌이다가 다시 놓치고 말았다. 탈옥후 7차례나 강·절도 범행을 저지른 이 탈옥수는 훔친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사업가행세까지 했다고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에 발생한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는 26만7,849건이었으나 이중 82.7%인 22만1,736건이 해결됐을 뿐이다. 신정연휴 3일동안에도 5대 범죄가 1,037건이나 발생, 전년 동기의 940건보다 10.3% 늘어났다. 지난해 1건도 없었던 살인이 4건 발생했고 강도는 12건 늘어난 28건으로 집계됐다. 연말연시는 원래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여서 해마다 방범비상령이 내려지지만 이번에도 치안력은 무력했던 셈이다. 지금까지 연말연시에 발생하는 강력사건은 주로 유흥성 범죄였다. 그러나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 최근에는 생계성·심인성 범죄가 증가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경비원이 카드빚 때문에 자신이 근무하는 초등학교를 터는가 하면 택시합승을 가장한 승객털이의 경우 모방범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장롱 속의 현금과 달러를 노린 도둑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신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정확한 범죄 발생건수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반적인 경제침체와 생존위기 때문에 앞으로 각종 범죄는 더욱 늘어날 우려가 크다. 밀수, 마약사범 등 해외조직과 연계된 국제범죄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고 유흥업소의 이권을 둘러싼 조직폭력배들의 발호도 걱정된다. 3월 신학기가 되면 지난해 사회 전체가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했던 학원폭력까지 되살아나 학생들의 등·하교길 안전을 위협할지 모른다. 이미 보도된 바 있지만 홈 뱅킹을 이용한 거액사취와 같은 화이트 칼라 계층의 교묘한 경제범죄도 증가할 수 있다. 살기가 어려워지면 새치기나 쓰레기·오물 투기, 암표판매등 이른바 기초질서 위반사범까지 늘어나 사회혼란이 가중되게 마련이다.

국민들이 각종 범죄로부터 피해를 당하지 않고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치안당국은 순찰·예방과 검거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검찰 경찰 등 치안당국의 분발을 촉구한다. 특히 경찰은 지방경찰제 신설논의 등으로 인해 동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행정조직 개편으로 위상이 달라지는 일이 있다 해도 본연의 임무까지 달라질 수는 없다. 치안에는 임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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