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조흥 외환 잇달아 신청받아새해벽두부터 은행권에 대대적인 명예퇴직이 실시된다. 정리해고제 도입을 앞두고 실시되는 이번 명퇴는 「위로금」을 받고 직장을 그만둘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지원자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 조흥 외환 등 경영사정이 비교적 양호한 은행들은 마지막 명퇴를 실시한다는 방침아래 이날부터 대상자 선정에 들어갔다.
국민은행은 4급(과장 및 장기근속 대리)이상 1급(부서장 및 지점장)까지 직원 4,300여명을 대상으로 오는 12일까지 명퇴신청을 접수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총인원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신청자에 대해서는 최대한 명퇴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조흥은행도 1∼4급 직원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신청서 접수에 들어가 이달중으로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조흥은행은 명퇴신청접수를 알리는 공문에서 이번이 마지막 명퇴임을 명시했다.
외환은행도 국민·조흥은행과 보조를 같이 한다는 방침아래 이르면 다음주부터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국민·조흥·외환은행이 명퇴를 실시키로 함에 따라 상업·한일은행 역시 조만간 명퇴를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에는 명퇴자들에게 최대 60개월분의 위로금이 지급됐지만 이번에는 최대 50개월분의 위로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부서장급의 경우 퇴직금 외에 최대 2억5,000만원의 위로금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이 이처럼 대대적인 명퇴를 실시하는 것은 정리해고가 실시될 경우 예상되는 대량해고에 따른 반발과 비능률을 줄이면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감량경영을 실시하기 위한 것이다. 6대 시중은행은 경영악화가 본격화한 지난해에만 1,876명에 대해 명퇴를 실시하는 등 은행권에서는 이미 3,000명 가까이가 명퇴로 직장을 떠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명퇴」라는 단어는 직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정리해고제가 실시되면 위로금도 못받고 직장을 그만둬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마지막 기회」라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는게 해당은행 관계자들의 말이다. 조흥은행 송승효 상무는 『구조조정을 거쳐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차피 고비용저효율체제 개선을 목표로 한 대량 정리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측도 이같은 점을 인식, 명퇴도입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 김일환 노조위원장은 『인수합병이나 경영합리화과정에서 어차피 대량 해고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면 조금이라도 직원들이 혜택을 받고 나가는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명퇴를 적극 추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흥은행은 원래 3급까지 명퇴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직원들의 요구에 따라 4급까지로 대상을 확대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대대적인 명퇴로 퇴직금 적립부담이 늘어나는 등 금융기관 경영상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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