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부수립 50주년이 되는 해다. 반세기전 우리는 승전국들의 패전처리 일환으로 「해방」을 맞게 됐다. 아무런 준비 없이 받아들인 해방이어서인지 정치는 그로부터 끊임없이 질곡으로 내몰렸다. 새로운 반세기를 여는 올해는 그래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게 와 닿는다. 98년이 갖는 함의를 잘 새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올해는 또 지난해말 선출된 김대중 대통령정부가 출범하는 해이기도 하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경험한 정권교체다. 승리의 감격을 느낄 틈도 없이 지금 우리는 IMF한파와 힘겨운 한판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새해의 화두가 「변화와 개조」로 귀착되는 현상도 바로 이런 연유가 아닌가 생각된다.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정부도 기업도 경쟁력을 갖춘 간소한 조직으로 거듭 태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불필요한 거품을 모두 빼야 한다. 작은 것이 미덕이고 근검이 생활화하도록 바뀌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 정부도 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치권은 뼈를 깎는 자성과 환골탈태의 변화를 실천하지 않고는 더 이상 국가지도력으로서의 잔명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정치가 걸림돌이 되는 현상만은 피해야 한다. 정치와 정치가가 군림하던 시대는 지났다. 정치가 국민의 아픈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또 문제의 한복판에서 그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인사가 만사이어야 함은 불문가지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김영삼 정부 5년의 경험이 잘 웅변한다. 대통령 혼자 칼국수 먹고 기업인으로부터 단 한푼의 돈을 안 받는다고 정경유착의 고리가 결코 끊겨지지 않는다. 밑으로부터의 동참이 없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개혁은 대통령 혼자서 이룩할 수 있는 그런 통치권적 과업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회생은 올해 우리에게 부하된 지상명제다. 이미 IMF체제는 전업종에 걸쳐 정리해고제의 실시를 예고하고 있다. 대량실업사태가 불을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고물가는 서민생활을 더욱 옥죌게 틀림없다. 「나」혼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환란이란 공유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상대적 박탈감이 야기될 때 예상되는 사회적 불안은 생각하기조차 끔찍하다.
특히 올해는 지방선거의 해다. 5월이면 광역자치단체장이 개선되고 지방의회가 새로 구성된다. 보스중심 지역분할구도의 청산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고비용구조개선 목적으로 기초의원 감축을 추진중이라 한다. 참정권 제한이라는 오해가 생기지 않는 선에서 개선이 이뤄져야겠다. 이제 곧 한보관련자 2명과 선거법을 위반, 대법원판결로 당선이 무효화한 한곳등 세곳의 국회의원 보궐 및 재선거가 실시된다. 세곳 모두 영남지역이라는 점이 시선을 끌게 한다. 한가지 주문이 있다면 정치가 또 다시 경제회생의 걸림돌이 돼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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