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 폐·신장 안좋아도 쉬 피로/양기보강·담음제거 약물처방「머리가 무겁다. 온몸이 나른하다. 하품이 나고 머리가 띵하다. 동작이 둔하고 자꾸만 눕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주변에는 이같은 피로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특히 경제위기로 실업자가 늘고 사회불안이 가중되면서 원인 불명의 만성피로증상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피로는 그 정도에 따라 하루 밤 휴식하면 회복되는 보통피로, 다음날까지 계속되는 과로, 피로가 축적돼 단기간 휴식으로 회복이 어려운 만성피로 등으로 나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단지 임상적으로 활동할 수록 심해지는 피로감, 신경계 증상 등을 특징으로 하는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연구결과 면역기능이나 뇌하수체 이상 등 중추신경계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활동력이 50%이상 감소한 경우, 또는 목아픔, 기억력 감퇴, 관절통, 두통, 임파절 통증 등의 증상 가운데 4개이상이 겹치는 경우로 정의한다. 부신피질호르몬제나 영양제를 투여해도 별 효과가 없다.
한방에서는 장부기능 약화와 원기·기혈 부족으로 인한 허로, 과도한 정신·육체노동 및 부부관계에 따른 노권상 등이 만성피로증후군에 해당한다. 약물요법과 함께 환경적 조건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다.
경희대한방병원 호흡기내과 이형구(56)교수는 피로를 느낄 때마다 적절한 방법으로 해소해줘야 만성피로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질환은 소화기가 약해 영양분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비위허약, 기의 흐름을 주관하는 폐와 신장의 기능이 좋지 못한 폐신양허, 무절제한 생활과 정신적인 과로 등이 원인이다. 바람 추위 더위 습기 등 육음도 영향을 미친다. 즉 여름의 무더위와 높은 습도는 사람을 빨리 지치게 하고 땀을 많이 나게해 몸안의 진액과 기를 소모시킨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은 피로회복제나 술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법은 못된다. 피로회복을 위해서는 적당한 수면, 고른 영양섭취, 가벼운 운동이나 레크리에이션, 긍정적인 사고와 명랑한 마음가짐 등이 필요하다. 그래도 만성적으로 피로가 쌓이면 치료받아야 한다.
한방적 관점에선 선천적으로 기운이 부족한 사람에게 만성피로가 나타난다. 따라서 양기나 진액을 보강하고 담음을 제거하는 약물을 주로 처방한다. 척추 양쪽의 경혈을 위에서 아래로 훑듯이 눌러주는 지압도 도움이 된다.
□이형구
▲65년 경희대한의대 졸업
▲90년 대한한의학회 이사장
▲95년 경희분당한방병원장
▲현재 경희대한방병원 호흡기내과 주임교수
◎과음습관땐 인진·갈근 등 좋아/배꼽주위나 족삼리 뜸뜨기도
상지대한의대학장 이준무(53)교수는 만성피로는 의학적으로 두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신체 질병의 증상으로 만성피로가 생겼을 때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질병 치료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질병이 없는 데도 피로가 장기간 지속되면 적당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만성피로를 극복하려면 한의학적인 치료와 함께 평소 안정과 휴식, 영양개선, 정신건강증진, 적절한 부부생활 등이 필요하다. 즉 환자의 발병동기, 직업, 체질 등을 기초로 원인에 맞는 약물치료와 생활지도를 병행해야 한다.
약물요법의 경우 위장장애로 인한 피로는 백편두, 산사, 감초, 공사인, 번하, 지실 등을, 과음 습관이 있는 피로환자에게는 인진, 갈근, 진피, 백출, 백작약, 창출 등을 사용한다. 허약하고 잔병이 잦은 경우 인삼, 황기, 감초, 숙지황, 우슬, 두충, 녹용 등을 복용시킨다. 배꼽 주위의 중완혈, 관원, 족삼리 등의 혈에 뜸을 떠도 좋다.<고재학 기자>고재학>
□이준무
▲70년 경희대한의대 졸업
▲95년 대한침구학회 회장
▲현재 상지대한의대학장 겸 부속한방병원장·대한한의학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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